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지난 주말 가족 이벤트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PNC 챔피언십은 단순한 스포츠 이상으로 큰 감동을 줬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와 그의 11살 난 아들 찰리가 함께 같은 조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타이틀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82승을 달성한 우즈는 그동안 선수생활과 가정생활을 달리해왔기 때문에 이번 가족 경기는 특별히 주목을 끌었다.

우즈는 선수로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며 골프 인기를 크게 끌어올린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다. 하지만 그의 사생활은 섹스 스캔들과 이혼 등으로 얼룩졌다. 그런 그가 아들을 앞세워 가족 이벤트 대회에 나왔다는 사실 자체만 해도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미국 TV를 비롯해 주요 언론들이 같은 기간에 열린 LPGA 최종전에서 우승한 세계랭킹 1위 고진영보다 더 흥미를 가졌던 것은 우즈 부자가 갖고 있는 이런 이중적인 이야기 구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즈 자체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부담으로 느끼는 듯 대회 내내 별 웃음을 보이지 않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우즈 부자의 경기는 아버지를 빼닮은 듯한 아틀 찰리의 놀라운 샷으로 인해 충격과 함께 골프에 대한 새로운 교감을 줬다. 찰리는 1라운드 3번홀(파4)에서 환상적인 이글을 잡아냈다. 홀까지 175야드 거리에서 5번 우즈로 친 찰리의 세컨드샷이 홀 1.2m 지점으로 굴러가 멈췄다. 이 샷은 왼쪽으로 휘는 드로샷으로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피하면서 왼쪽으로 휘는 홀을 공략했던 것이다. 퍼트까지 스스로 마무리한 찰리는 이글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아버지가 세계적인 골프 대스타였던만큼 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했다. 스웨덴 출신의 모델인 백인 미인 어머니 엘린 노르데그렌과 우즈 사이에서 난 찰리는 한동안 축구를 좋아하다가 수년 전부터 골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번에 찰리가 골프에 데뷔를 한 모습은 우즈가 골프 천재로 세상에 모습을 보였던 것과 많이 비교할 수 있다. 2006년 세상을 떠난 우즈의 아버지 얼은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 우즈를 처음으로 TV에 출연시켜 골프 신동의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 부자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우승을 하지는 못했다. 우승은 부자지간이 출전한 세계랭킹 3위 저스틴 토마스조가 차지했으며 우즈조는 7위에 그쳤다. 당초 우승을 목표로 출전하지는 않았던 만큼 우즈 부자는 실망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우즈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다른 세상이다”라며 “모든 사람이 전화기를 가지고 있고, 모든 사람이 비디오를 찍을 기회를 가지고 있다. 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며 아버지와 아들이 사는 세상의 차이를 비교해 말했다. 우즈는 찰리가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지만 골프 선수로 성공하느냐는 오로지 그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생활 노출에 극도로 예민한 우즈는 이번 대회서 아들과의 라운드를 통해 감정적으로 진한 가족 유대감을 느꼈을 것이다. 우즈는 자신의 아들에게 골프의 매너부터 스윙의 기술까지 가르쳐주며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우즈와 아들 찰리가 경기하는 장면을 전 부인 노르데그렌과 딸 샘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한다.

한동안 가정에 소홀하고 골프에만 빠져 출중한 성적을 올렸던 우즈가 자식이 자라며 가정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새삼 일깨워 줬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는 흥미진진한 한편의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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