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재자난명(才者難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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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종회(鍾會 225~264)는 서예가로 유명한 종요(鍾繇)의 막내아들이자, 청주자사 종육(鍾毓)의 아우이다. 현학과 서예에 정통해 약관에 이미 요직을 거쳤다. 현학으로는 왕필(王弼)과 이름을 나란히 한 천재였다. 사마사와 사마소가 신임하는 책사였지만, 촉을 정벌한 후 불신지심(不臣之心)이 생겨 촉장 강유(姜維)와 결탁해 자립을 도모했다가 40세에 피살되고 말았다. 위(魏)에서 촉으로 투항한 하후패(夏侯覇)가 종회는 오와 촉의 걱정거리라고 평가할 정도의 능력자였지만, 그의 형 종육은 술(術)을 과시해 보전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종회에게 재능은 뛰어나지만 도덕적 철학이 결핍된 것을 직시한 형의 판단이 옳았다. 친구 배해(裵楷)는 종회를 보면 무기고에서 날카로운 창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위태롭게 보였던 모양이다. 현대의 역사학자 여사면(呂思勉)은 종회를 위왕조의 충신이지 야심가는 아니었다고 옹호했다.

당의 이사진(李嗣眞)은 종회가 조식(曹植)의 낙신부(洛神賦)를 정서로 쓴 작품으로 소장했다고 한다. 서예에 대한 평론집을 보다가 필자도 낙신부로 작은 병풍을 만들어 조카의 결혼선물로 주었다. 문득 유난히 천재들이 많았던 삼국시대와 위진교체기의 사대부 문화가 그리웠다. 혼란과 안정은 관점에 따라 기회와 억압이 되기도 한다. 모반죄로 죽었기 때문에 종회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러나 그가 사본론(四本論)에서 재능과 본성을 논한 것을 보면 선악과 성패로 한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마사는 우송(虞松)이 작성한 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송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를 고쳐야할지 몰랐다. 종회가 5글자만 고쳤는데, 사마사는 그것을 보고 크게 칭찬했다. 세설신어의 일화이다. 종요가 종육과 종회를 데리고 위문제 조비를 만났다. 종육는 땀이 났지만, 종회는 태연했다. 조비가 종육에게 왜 그렇게 땀을 흘리느냐고 물었다. 종육은 폐하의 위엄을 뵈니 전전긍긍해 땀이 쏟아진다고 대답했다. 조비가 종회에게 너는 왜 땀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종회는 전전긍긍해 땀조차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조비가 죽었을 때, 종회는 한 살이었으므로 사실이 아니다. 종육과 종회가 아버지 몰래 약주를 훔쳐서 마셨다. 종요는 깨어났지만 일부러 두 아들이 하는 짓을 관찰했다. 종육은 예를 취한 후에 술을 마셨고, 종회는 술만 마시고 예를 취하지 않았다. 종요가 까닭을 물었다. 종육은 술이 예를 완성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종회는 몰래 하는 짓은 본래 예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사본론이 완성되자 종회는 누구보다 혜강(嵇康)의 평가가 궁금했다. 그러나 차마 정면에서 내밀지는 못하고 혜강의 집 담장에 놓고 가버렸다. 나중에 종회가 명사들과 함께 혜강을 찾아갔다. 혜강은 쇠를 두드리며 본 척도 하지 않고 쇠를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종회가 몸을 일으키자 혜강이 말했다. “무엇을 듣고 왔다가, 무엇을 보고 가는가?” 종회가 말했다. “들은 것을 들으려고 왔다가, 본 것을 보고 간다네.” 종회는 이 일로 혜강에게 원한을 품었다. 사마소는 혜강을 없애려고 했으나, 여론을 의식해 주저하고 있었다. 종회가 기회를 이용해 참언했다. 사마소가 혜강을 죽였다. 사마사가 허윤(許允)을 죽이고, 그의 가족들에게 시묘를 허락했다. 그러나 종회를 시켜 허윤의 아들이 부친보다 유능하면 체포하라고 명했다. 허윤의 처가 아들에게 말했다. “종회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도 좋다. 그러나 지나치게 슬퍼할 필요는 없다. 종회가 곡을 하지 않으면, 너도 곡을 하지 말아야 한다. 조정의 일을 물으면 대답하지 말아야 한다.” 아들들이 어머니의 말에 따랐다. 종회의 보고를 받은 사마사는 두 아들을 살려주었다. 나중에 허윤의 두 아들은 사례교위와 유주자사가 됐다. 종회가 몰라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끄러운 시국을 보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중요한 것이 능력인가? 인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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