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를 출발해 더불어민주당사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2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를 출발해 더불어민주당사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2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민주당표 차별금지법 내용 논란 일파만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23일 토론회 개최 

“종교 예외조항, 종교 차별 심화시킬 것”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7년 만에 발의되는 더불어민주당표 차별금지법의 내용이 공개된 가운데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로 민주당 법안 속 ‘종교기관 예외’ 조항 때문이다. 이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차별금지법안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평등법 시안에는 없는 내용이다. 

그간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대해온 이들 사이에선 사실상 이번 민주당표 차별금지법안이 보수 개신교와의 ‘타협안’이라는 비판과 함께 애초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이라는 법안의 정체성에도 배치되는 법안이란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차별금지법에 ‘종교기관을 예외’시키면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종교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23일 ‘종교기관 예외조항,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토론회에서 “기존 차별금지법안에 종교기관 예외 조항은 불필요하다”며 “현재 국내엔 종교와 관련된 다양한 차별들이 있는데 오히려 (민주당 차별금지법안이) 그런 차별을 심화시키고 실질적인 구제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종교기관 제외 조항, 종교 차별 심화할수도”

민주당 차별금지법안 제4조 차별에 관한 정의 중 제4항을 보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한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에서 해당 종교의 교리, 신조, 신앙에 따른 그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에 대해서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종교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이라고 정의할 경우, 종교단체에서 설립·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종립의료원 및 종립학교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이 조항대로라면 위 공간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혹은 종교로 인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다 할지라도 종교시설이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는 종교 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할지라도 의료, 교육, 사회복지라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공공성을 띠고 있는 시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시설에서 종교 차별이 꾸준히 발생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그 직원들과 이용대상자들이 해당 종교의 신자일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설 내에서 종교를 강요받는 실태가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실제로 지난 11월 전국공공운수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230명 중 61.1%가 “종교행위와 후원을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1140명 중 19.6%가 “원하지 않는 종교 행위 강요로 인한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한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매일 아침 예배 시간을 운영하면서 순서를 정해 2개팀씩 예배를 인도하게 하고, 매월 예배 출석 확인을 게시판에 공지하며 예배 참석 횟수를 근무 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행위를 해 서울시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채용 시 지원서에 종교를 명시하도록 요구하거나 월급에서 십일조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사례 등도 있었다.

이밖에 인권위가 발표한 고용상 종교차별의 사례로 ▲지자체의 사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직원에게 대표가 운영하는 교회에 나올 것, 월요예배, 주말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 ▲종립대학교 교수, 교직원 채용공고 시에 지원자격을 기독교 신자나 세례교인으로 제한하는 사례 ▲ 종립대학교 교수의 가족들이 다른 종파의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해당 교수가 승진대상에서 제외된 사례 등이 존재했다.

조 위원장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종교단체에 소속된 법인, 종립학교, 종립 요양·의료기관 사회복지법인의 규모가 상당하다”며 “현재 많은 종교기관 및 법인에서는 인권위가 차별로 판단한 행위까지도 차별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민간기업에서도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과 종교 강요 등 괴롭힘이 적절하게 규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차별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종교기관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경우 이미 발생하고 있는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고 정당한 차별의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입법 취지 자체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민주당 차별금지법안은 한국에서는 인권침해와 차별 사안에서 종교기관임을 이유로 법의 적용을 면제하는 최초의 입법례다. 조 위원장은 향후 다른 법제에도 종교기관 예외가 인정되는 선례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도 우려했다.

◆ 외국 차별금지법안들에도 종교가 예외 됐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일부 보수 교계 전문가들은 외국에도 종교 관련 예외 조항을 둔 차별금지법·평등법 법제들이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한국과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조 위원장은 “종교 예외 조항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역사적으로 특정 종교를 ‘국교’로 인정해온 전통이 있고, 종교개혁 이후 종교전쟁 등을 거치며 ‘종교의 자유’가 해당 국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 온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루터교를 비롯한 종교단체들이 바이마르 시대에 만들어진 법(독일기본법, 우리나라로 치면 헌법)에 따라 매우 특권적인 지위를 가진다. 종교단체는 사법 단체가 아닌 공법 단체로서 국가 산하가 아닌 정부와 대등한 법적 지위를 갖고 세금도 징수하는 등 매우 특수한 권한과 지위를 헌법상 보장받고 있다.

영국 역시 성공회가 국교로서 절대적 가치를 지녀왔다. 영국 성공회는 법적으로 오랜 기간 특권을 인정받아왔으며 현재도 잉글랜드 성공회 주교는 국왕에 의해 임명되며 모두 상의의원을 겸직하게 되는 등 다양한 법적, 사회적 특권을 인정받고 있다.

조 위원장은 “외국의 종교에 관한 예외 조항들은 어떻게 종교가 특권을 내려놓으며 세속 법질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 것인가를 사회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한국사회와는 그 역사적 맥락, 사회적 배경, 법적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같은 무종교인이 과반수가 넘고 지배적인 종교가 없는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기관을 다른 일반 기관 및 시민과 다르게 특별 취급하면서 별도의 면책 조항을 두는 것은 법적·사회적으로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의 차별금지법제는 종교 관련 예외 조항을 두는 경우에는 매우 세부적인 개별적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반면 현재 알려진 민주당의 차별금지법에는 종교기관에 관한 조항 하나만이 존재하는 상황으로 이는 법체계상 매우 기이하며 그 근거가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 형식이라고 조 위원장은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한국과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는 종교와 종교, 종교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은 또한 건국 초기부터 헌법에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시한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의 특징과 중립성에 대한 헌법적 요청을 고려했을 때 어떠한 하나의 종교가 자신들의 교리를 들어 다른 종교 신도나 또는 종교가 없는 사람을 차별하는 이른바 종교차별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공: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차별금지법제정연대)

◆ “정치·종교권력 야합, 더이상 방조 안돼”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성소수자·이주민·종교 등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이 나와 종교를 이유로 차별받은 구체적인 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배병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처장은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야합을 더 이상 방조해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 사무처장은 “종교인 과세법이라 불리는 소득세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보수 개신교계는 해당 정부부처와의 협의 과정을 통해 법령을 유리하게 조정하고, 개신교인 국회의원을 통한 입법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워 종교인 과세법 누더기화에 주력했다”면서 “면책조항을 추가해 법안의 입법 취지를 흔드는 방식을 이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에서도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 사무처장은 “사찰 방화, 이단 낙인찍기, 강제개종 등 선·포교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라며 그렇게 외치는 분들이 정작 자신들과 다르거나 타종교인들의 신앙 표현에는 적대감을 드러낸 적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 없다”면서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 앞에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아울러 “종교권력의 눈치를 보는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제대로 된 평등법의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보수 개신교계도 이런 특혜의 성을 쌓을수록 스스로를 가두고 국민들로 하여금 종교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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