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특정 종교를 상대로 벌어지는 사회적인 적대적 행위가 국제 연구기관에 의해 지표화됐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종교에 대한 사회적 적대 행위가 낮은 범주에서 중대한 범주로 상승했다. 전 세계에서 이 범주가 높아진 나라는 힌두교에 대한 집단폭행이 이뤄진 엘살바도르와 특정종교를 상대로 강제개종을 버젓이 하는 한국뿐이다. 이 연구는 각국 내에서 종교에 대한 적대적 행위의 정도를 비교 분석한 것으로, 해외에서도 강제개종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는 2018년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센터 연구자들이 주목했을까. 본지는 해외 학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인 ‘2018년 구지인 사건’과 ‘강제개종’에 대해 살펴본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지난호 본지는 국내에서 왜 강제개종이 발생하게 됐는지 배경을 살피고, 강제개종이 진행되는 수법과 피해 유형 등을 살폈다. 이번 호는 실질적인 피해사례를 살핀다.

강제개종피해자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올해만도 지난 10월 기준 180여건의 강제개종 피해 건수가 집계됐다. 2003년 집계 시작 후 1725건의 강제개종 피해가 발생했다. (관련기사☞ 통계로 본 한국 ‘강제개종’ 충격적 실태…“납치‧감금‧폭행 수천건”)

강제개종 피해자 대부분은 신체적 약자인 여성으로, 20대가 많다. 기성교회를 다니거나 친분이 있는 가족들은 신천지 성도인 피해자를 강제개종 프로그램에 데려가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목사 등 관계자를 만나서 들은 신천지가 너무도 공포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납치‧감금 등을 동원해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강제개종을 시도했다. 목사와 개신교인들의 비난과 혐오로 시작된 강제개종은 사회문제가 됐지만 종교‧가정문제라며 방치되기 일쑤였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2018년 1월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을 거부하다 부모에의해 질식사를 당한 구지인씨를 추모하며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DB
강제개 종을 거부하다 부모에 의해 질식사를 당한 구지인씨를 추모하며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2018년 1월 28일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DB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학자들의 이목을 끈 구지인씨 사건 외에도 충격적인 강제개종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서 계속해서 발생해왔다. 구지인씨는 지난 2017년 12월 29일 27세의 꽃다운 나이에 강제개종 프로그램에 끌려가 전남 화순군의 한 펜션에서 감금된 채 폭행을 당했고, 이듬해 1월 9일 결국 사망했다. 앞서 그는 2016년 7월에도 장성군의 천주교 모 수도원에 감금돼 강제로 개종 프로그램을 당했다. 이 사건은 강제개종이 해외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관련기사☞ 미국 퓨리서치센터, 신천지 신도 강제개종 피살 주목… “한국, 종교 적대감 크게 상승”)

신천지인 강제개종 납치의 대표적인 피해사례는 지난 2012년 7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남 여대생 납치 사건’이다. 이 사건은 개종목사가 주도해 가족들이 신천지 교인을 납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독교 언론에서는 ‘신천지 여대생 납치 사건’이란 자극적인 제목으로 마치 신천지가 납치사건을 주도한 것처럼 왜곡보도하기도 했다.

① 장은영(가명, 24)씨가 처음 납치·감금됐던 제부도 펜션 앞 바다에 서 있다. 장씨 뒤로 보이는 도로는 썰물 때만 길이 열려 오갈 수 있다. ② 장씨가 처음 탈출해 도움을 청했던 파출소. 경찰은 가족에게 납치·감금됐으니 가족과 분리해달라는 장씨의 의사를 묵살하고 가해자인 가족에게 다시 되돌려 보냈다. 이 때문에 장씨의 첫 탈출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천지일보 2020.12.24
① 장은영(가명, 24)씨가 처음 납치·감금됐던 제부도 펜션 앞 바다에 서 있다. 장씨 뒤로 보이는 도로는 썰물 때만 길이 열려 오갈 수 있다. ② 장씨가 처음 탈출해 도움을 청했던 파출소. 경찰은 가족에게 납치·감금됐으니 가족과 분리해달라는 장씨의 의사를 묵살하고 가해자인 가족에게 다시 되돌려 보냈다. 이 때문에 장씨의 첫 탈출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천지일보 DB

납치·감금돼 외딴 섬에서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받다 탈출한 여성도 있었다. 장은영(가명, 24, 광주광역시)씨는 무려 56일 동안이나 제부도 한 펜션에 갇혀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당하다가 2017년 1월 8일 탈출 후 본지에 사연을 제보했다. 본지는 직접 취재에 나서 장씨와 함께 강제개종이 이뤄졌다고 폭로한 현장을 방문했다. 그가 끌려갔던 펜션은 썰물 때만 육지와 섬 사이에 차량통행이 가능해 밀물 때는 탈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장씨는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탈출을 시도했고, 순찰을 돌던 경찰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히려 가족에게서 도망친 장씨를 호통친 후 가족에게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감금된 채 장로교 교리로 세뇌 당하는 것을 거부해 탈출했지만, 경찰은 단순한 가정문제로 치부해버렸다. 장씨는 경찰의 종교편향적 행정을 시정해달라고 같은 달 1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처녀의 몸으로 생면부지의 남성과 한 텐트에서 자야 하는 등 두려움과 수치심 속에서 개종 프로그램을 받아야만 했다면서 당시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신학대학을 다녔던 신모(25, 여)씨는 개종목사의 사주를 받은 부모로 인해 산속 창고 같은 공간에 4달 동안 감금당했다. 신씨는 끝까지 개종을 거부했고, 이후 부모가 경호업체 직원들까지 동원시켜서 몸을 결박시켰다고 증언했다. 또 17일 동안 펜션에 감금되기도 했다.

신씨는 이곳에서 탈출한 후 부모를 고소했다. 그러나 천륜을 버릴 수 없어서 부모님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부친 신씨는 불기소 처분됐다. 그럼에도 부친 신씨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딸에게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외부에서는 딸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시위를 했다. 심지어 바로 자신의 옆에 자녀가 있는데도 자녀를 내놓으라며 시위하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딸 신씨는 폭력과 감금, 강제개종 프로그램으로 인한 후유증이 커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임신부도 예외는 없었다. 임미경(가명)씨는 임신 6개월 때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모 교회에 감금돼 하루 14시간 넘도록 딱딱한 철재 의자에 앉은 채 개종 프로그램을 강요받았다. 개종 목사는 몸에 마비가 와 쓰러져 있는 임씨에게 온갖 비방과 저주의 말을 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했다. 임씨는 틈을 타 경찰에게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경찰이 떠난 후 흥분한 남편은 임씨를 질질 끌고 다니며 내동댕이치고 칼까지 들이댔다고 증언했다. 임씨는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가리켜 ‘현대판 종교 고문’이라고 말했다.

강제개종 프로그램은 암환자에게도 이루어졌다. 혈액암 일종인 위 말트 림프종 진단을 받은 송정미(가명, 42) 집사는 2019년 9일~18일 10일간 강제개종 현장에 감금됐다. 송 집사가 개종프로그램을 거부하자, 가족들은 돌아가면서 송 집사에게 욕을 하거나 회유하며 압박했다. 송 집사의 머리채와 바지를 잡고 끌고 다니는 등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강제개종이 진행되면서 애들 셋은 시부모집과 친척집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주말부부로 다정했던 부부관계는 산산조각이 났다고 한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지난 5일 유튜브를 통해 폭로한 구리이단상담소 신현욱 목사(구리초대교회)의 비리 고발 내용. 화면은 강제개종 피해자들의 실제 피해 모습. (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DB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지난 5일 유튜브를 통해 폭로한 구리이단상담소 신현욱 목사(구리초대교회)의 비리 고발 내용. 화면은 강제개종 피해자들의 실제 피해 모습. (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DB

피해자 중에서는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거부하다 정신병원에 감금을 당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지혜(가명, 62, 여, 전남 여수시)씨는 호소문을 통해 개종을 거부하며 개종 목사에게 항의하다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려 한 달 동안 정신병원에서 수면제와 항정신성 약물을 강제로 복용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온몸을 결박당한 채 약물을 강제로 투여받았던 그때를 여전히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강제개종 프로그램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도 피하지 못했다. 이상훈(가명, 남)씨는 20대임에도 불구하고 4년 전 이단상담소 관계자들의 이간질로 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강제개종 프로그램에 끌려가 가정 파탄을 겪었다. 그의 부모는 강제개종 프로그램에 억지로 데려가기 위해 수면제를 이씨에게 먹였고, 그는 정신을 잃고 수갑에 채워진 채 어느 외딴 펜션으로 납치됐다. 이후 탈출을 감행했으나 경찰에 붙잡히게 됐고 경찰들에게 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종교문제는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며 가버렸다고 한다. 결국 부모님이 이씨를 내쫓으면서 이씨는 혼자 떠돌아 나와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 2011년 10월 1일 김수민(가명, 22, 여) 씨는 강제개종에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1차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시도했다가 실패를 한 부모는 2012년 5월 3일 다시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중국에 갔다고 말한 부친은 강제개종을 거부하는 딸을 향해 의자를 던지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로 차는 등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겁에 질린 그가 소리를 지르자 어머니조차 그의 입을 틀어막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면서 집밖으로 끌고 나갔다. 밖에 있던 김씨의 친구가 이러한 모습을 발견한 후 김 씨의 아버지를 말리려고 하자 승합차에 타고 있던 아버지의 친구 2명이 그를 강압적으로 제어했다. 김씨는 사력을 다해 도망갔고, 근처 지구대로 피신했다. 지구대에 뛰어 들어온 김 씨를 본 경찰들은 차라리 부모를 고소하라고 했다. 온몸과 눈 주위는 피멍이 들었고 안구 과다출혈도 있었다. 고막천공으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의사나 경찰, 진료기관 등에서는 무엇보다 김 씨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을 가장 염려했다. 김씨는 태어나서 처음 부모님에게 맞아봤고, 특히 죽일 듯이 때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로 장로교 사상 주입인 강제개종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폭행‧폭력 등 위력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종교문제 혹은 가정문제라는 이유로 우리사회는 이를 묵인‧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헌법 제20조 1항에 따라 종교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는 기본권을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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