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이 정도면 미스터리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가장 뚜렷한 현상이 ‘충성경쟁’이었다. 과할 정도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알아서 움직이는 정부였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무려 6번 이상 대통령이 백신 확보를 주문했다. 그런데 결론은 12월에야 총리와 실무진들이 나서 백신 도입 계약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모두 대통령에게 항명을 한 것인가?

‘대통령 구하기’에 나선 청와대 참모진의 대통령 메시지 공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히려 역풍이 되면서 백신 미스터리는 레임덕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오후 출입기자단에게 "일부 참모회의에서 있었던 공개되지 않은 대통령 메시지를 포함해 그동안 문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해왔는지 사실관계를 밝힌다"면서 그간 문 대통령의 백신 관련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최소 6번의 백신 확보를 주문했다. 이런 내용을 근거로 청와대는 야당과 일부 언론이 마치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에 손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강민석 대변인, G20 화상 정상회의 브리핑	[서울=뉴시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G20 화상 정상회의(1일차)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그러나 청와대 해명이후 백신 의혹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지시는 있고, 정부 예산은 없고 백신은 구입하지 않은 총체적 문제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 백신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백신 태스크포스(TF)팀에 참여한 정부 고위관계자 말로 확인되고 있다.

2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정부 고위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을 종합하면 6월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한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TF를 실무자들에게 떠넘겨 놓고 김 실장은 빠졌다. 당시는 부동산 이슈가 뜰 때였다. TF에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실무자들만 남았다. 수조원대 예산이 드는 백신 도입에 예산을 배정한 곳은 없었다. 기재부는 재난지원금 때문에 재정확보에 난색을 표했고, 복지부 예산 중 1000억원가량을 간신히 조달했는데 질병청과 복지부 사이에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회의가 이어졌다.

TF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차라리 내가 다 뒤집어쓰고 백신을 도입하고 난 뒤에 혹시 일이 잘못돼 훗날 역적으로 몰리더라도 장렬하게 산화하고 싶다”는 자조 섞인 푸념들이 이어졌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백신확보에 결단을 회피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날려버렸다는 결론이다.

거기에 “TF는 백신을 구매해 본 경험도 없고, 백신과는 관계가 없는 방역 관계자들로 구성됐다”는 황당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런 비전문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후에야 화이자 등과 접촉했는데 ‘생산 2개월 전에만 주문하면 물량을 댈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이를 그대로 상부에 보고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8일 “4400만 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한 마디로 온 국민 상대로 거짓보고를 하면서 지금의 ‘백신 정국’을 만든 셈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2.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2.23

논란이 커지자 이낙연 대표는 23일 정부의 백신 공급 계획과 관련해 야당과 일부 언론이 근거 없는 괴담과 왜곡된 통계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 회의에서 근거 없는 백신 괴담이 퍼지는 건 1년 가까이 사투하고 있는 방역 당국 등의 사기를 꺾는 건 물론, 혼란을 초래해 결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가 또 국가적 재난 상황에 제대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수조원대의 백신 도입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곳은 정부다. 그 TF팀의 정점에는 청와대 김상조 실장이 있었다는 것이 팩트다.

문재인 정권 들어 지속되는 비판이 ‘전문성 없는 인사를 자리에 앉혀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다’는 것이다. 비판을 무시하고 국민 생명이 달린 일에 책임자는 빠지고 비전문성 인사를 기용한 결과가 이번에는 온 국민을 역병 공포로 몰아넣은 결과를 자초한 꼴이 됐다.

문 대통령이 백신도입 지시를 한 것에 문제가 없었다면, 실무진이 대통령 말을 무시했다는 것이며, 변명이 제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 재난지원금 주느라 백신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포퓰리즘’ 정책에 눈이 어두워 국민의 생명이 뒷전이 됐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핑계를 대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여론의 눈치만 보다 정치적 결정만 해온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문제점이 이번 ‘백신 미스터리’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출처: 뉴시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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