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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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캄보디아 국가전산망으로 채택, 운영된다. 최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 지급결제시스템이 캄보디아의 국가 전산망으로 구축해서 운영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토종 지급결제 시스템이며 한국 5대 국가 전산망의 한 축인 금융 전산망이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동남아금융 허브로 부상 중인 캄보디아로 해외에 이식되는 첫 사례다.

캄보디아 금융시스템은 한국 금융망 운영기관인 금융결제원과 디리아, 모빌씨앤씨 등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합동으로 구축했다.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구축까지는 만 2년여 기간이 걸렸다. 지점과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체 기능을 제공하는 실시간 자금이체시스템을 적용했고, 모바일뱅킹 공동이용시스템도 상용화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대중화하고 있는 QR코드 결제시스템과 은행 간 차액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청산시스템까지 통째로 이식, 시스템 전부를 구현했다. 이 사업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 사업의 사전 타당성 조사 사업자로 금결원이 선정되며 시작됐다. 그러나 정부 간 계약 기간 이견과 중국 등 해외 정부들의 물밑 로비전이 펼쳐지면서 사업 수행 과정에서 사업자가 바뀔 위기까지 갔다. 그러나 한국 정보기술(IT) 저력을 바탕으로 민·관이 합동으로 협력해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결제시스템 현대화 방안까지 단계별 로드맵을 작성, 철저한 기술 차별화로 승부를 했다. 결국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한국을 지정, 컨설팅 지원 요청을 했고, 디자인부터 관련 제도 수립 전반을 우리가 맡았다.

캄보디아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캄보디아 현지에서 9개 참가 기관이 일반 고객 대상으로 자금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캄보디아 시장점유율 1·2위인 상업은행과 아셀다은행을 비롯해 KB, 신한, PPCB, 우체국 등이 포함됐다. 기타 6개 은행은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디지털금융시스템을 구축, 운영하자 캄보디아의 금융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거래건수는 월평균 49%씩 증가했다. 지난 10월 거래실적은 1월에 비해 건수로는 24배, 금액으로는 23배 증가했다.

캄보디아 금융전산망 구축 성공을 계기로 이제 국내 디지털 금융은 세계로 외연을 확대하는 새로운 수출 ‘K-브랜드’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결제 방식이 차세대 금융 대안으로 떠오르자 여러 국가들이 잇달아 IT강국 한국의 기술 지원 요청 및 한국시스템의 도입 협의에 나선 것이다. 최근 에스와티니 중앙은행 대상으로 국가지급결제시스템 비즈니스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고, 카자흐스탄 중앙은행과도 구축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기존 협력국인 베트남 지급결제전담기관 NAPAS와는 오픈뱅킹 컨설팅을 기점으로 시스템 수출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나이지리아도 협상 중이며 다른 국가에서도 수출 협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해외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국 금융사는 물론 중소 시스템통합(SI)·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도 후방 효과가 기대된다. 코로나19 확산 시국에서 디지털 신남방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 실제 금결원은 캄보디아를 기점으로 국내 IT 기업과 협력 진영을 구축하고 해외 정부 주도의 현금 없는 사회, 디지털 금융 환경 조성 사업에 적극 뛰어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한국 지급결제 시스템이 해외에 구축되면 국내 은행이 해외로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상생효과도 기대된다. 국내 IT금융 경쟁력을 해외에 이식해 지급 결제 현대화를 꾀하고 국내 IT기업에도 사업 참여를 넓혀 국내 금융 관련 산업 전체 저변을 해외 무대로 확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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