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아버지 - 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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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강우식(1941 ~  )

 

나이테도 없이 속이 썩은 자국이여

그 썩은 속으로 마음을 비워 짐승들의

굴이 되듯이, 그렇게 아무런 내색도 없이

자식들 묵묵히 키우다 눈 감으신 아버지

 

[시평]

어머니를 자친(慈親)이라고 한다면, 아버지는 엄친(嚴親)이시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늘 엄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아버지는 늘 우리 마음의 든든하신 분이시기도 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하실 수 없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었다.

그러나 아버지도 한 사람의 인간이다. 늘 우리 앞에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는 듯하시지만, 늘 마음의 한 가운데에는 가족 문제, 자식 문제로 전전긍긍하시는 그런 분이시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이러한 아버지 마음 알기나 했었나. 이제 나이가 들어 자식을 두고, 또 자식을 키워가면서, 아버지의 이런 마음을 이제야 조금씩 알 듯하다.

나이테는 한 해에 하나씩 생기는 나무의 나이이다. 어떻게 하루하루가 지났는지, 어떻게 한 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른 채 가족 걱정, 자식 걱정, 그리고 온통 세상일 걱정으로, 썩을 대로 썩어 문드러진 속, 그래서 나이테마저 없어진 아버지의 속, 어찌 그 속을 자식들이 알겠는가.

그러나 아버지는 그 속, 그 마음 휭 하니 비워버렸어도, 그래서 짐승이나 깃들어 사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과 같이 돼 버렸어도, 아무러한 내색조차도 하지 않으시는 아버지. 그리고는 자식들 묵묵히 키우시고 눈을 감으신 아버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그리곤 늘 죄송스럽기만 한 아버지. 이제는 뵙고 싶어도 뵐 수 없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더욱 그렇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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