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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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전체의 조타(steering) 기능을 한다. KBS(Korean Broadcasting System)는 체제의 특성에 따라 자체 구조의 항상성이 있고, 적응(adoption)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방송은 항상성과 적응성 둘 다 실패한 방송이 아닌지, 실패를 거듭하면서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를 하면 염치가 없어진다. 더 구체적으로 정권 홍보 방송, 즉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면서, ‘국민의 방송’을 말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젠 KBS는 정체성에 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KBS는 2011년 ‘뉴스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신설해 ‘자사 뉴스를 전문적으로 비평한다’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그러나 고대영 사장이 2015년 11월 24일 취임하면서, 그 이듬해 2016년 6월 말 ‘뉴스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최원형 한겨레신문 기자(2016. 06. 20)는 “껄끄러운 비평 프로그램들을 없애고,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언론 전문가 6명이 한국방송 뉴스에 대해 평가하고, 보도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라고 했다.

양승동 사장이 2018년 4월 9일 취임하고, 6월 17일(밤 9시 40분) ‘저널리즘 토크쇼J’ 첫 방영을 했다. 기존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과 좀 다른 포맷으로 시작을 했다. 항상성(homeostasis)에서 본다면 파격적이었다.

최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즉 절차적 정당성에 말이 많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언론자유가 필수적이다. 자유롭게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버마스는 ‘의사소통 행위’에서 “참여자들은 일차적으로 자기 개인의 성공을 중심으로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행위계획을 공동의 상황정의를 토대로 서로 조정할 수 있으며, 그런 조건하에서 개인적 목표를 추구한다”라고 했다. 그는 절차적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서로 일정한 부분 양보하면서, 목표 추구를 하도록 했다.

KBS 뉴스 프로그램의 운영은 전혀 달랐다. KBS가 다루는 조국, 추미애 법무장관 보도태도나, 공수처법 처리과정, 脫원전 정책 실행, 각종 부정선거 그리고 온갖 청와대 비리를 다루는 것은 진실을 파헤치는 행위와는 전혀 달랐다. ‘권언유착’이라는 말이 적절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하에서 언론의 기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KBS는 흡사 사회주의 사회에서 즐겨하는 선전, 선동, 조직자 그리고 동원이나 세뇌를 강조했다. 레닌(V. I. Lenin)의 언론 기능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레닌의 언론 기능은 플레하노프(G. V. Plekhanov)가 ‘이스크라, Iskra, 불꽃’ 신문에서 사용한 방법이다. 이는 초기 사회주의 발전 형태로 자기들의 나쁜 것은 최대한 숨기고, 그것을 비틀어서 이념을 주입시켰다. 한발 더 나아가 지금 청와대는 마르크스 레닌주의자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진지전을 구축해서, 사회주의 언론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에 발맞춰 현장의 합리성은 어디에 간지 찾을 수가 없고, 실험, 관찰, 예증, 분석, 인과관계 등 과학적 보도를 생략했다. 이념과 코드에 맞는 방송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항상성도 금이 가고, 적응성도 설자리를 잃었다. 민주공화주의 체제를 긍정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본주의 체제에 오는 시청료와 광고료를 챙기면서 엉뚱한 일을 일삼은 것이다.

KBS는 커뮤니케이션 고유영역의 생활세계, 상호작용, 의사소통행위 등 조정 메카니즘의 역할을 포기한 채 오히려 사회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KBS는 공론장을 붕괴시키고, 왜곡된 커뮤니케이션을 일상화시켰다. 한국방송은 권력과 자본에 의존하면서 생활세계의 ‘재봉건화’를 부추긴 꼴이 됐다.

박권상 사장 그리고 정연주 사장은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벗어나 공정성에 집중하도록 권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프로그램은 ‘공정’해야 한다. 즉, 시청자가 특정한 사안에 편견 없이 올바로 이해하도록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침이 없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균형된 시각과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소수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으며, 언제나 진실에 다가가려는 제작자의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라고 했다(정연주, 2007, 16쪽).

만약 ‘저널리즘 토크쇼J’가 항상성과 적응성에 관심을 가졌다면, ‘일방적 패널 구성’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양승동 사장마저 ‘균형성을 잃었다’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초창기 ‘팟캐스트와 시사 토크쇼’ 형식으로 구성하기를 원했다. 즉, ‘보도 기능 복원과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먹힐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라고 선언했다.

‘팟캐스트’는 실천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문화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형태를 수용하는 의미를 지닌다. 김신동 한림대 교수는 “매스 미디어는 공적이고 사회적인 반면, 소셜미디어는 훨씬 더 사적이고 개인적이다”라고 했다. 사적인 것이 강조되면 사실의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의 잣대가 흔들리게 된다. 소셜미디어 형태에서 선전, 선동, 조직자, 세뇌, 동원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문제가 심각하게 된다. 광우병 파동, 촛불 혁명, 세월호 사건 등에서 ‘카더라’보도를 잘 봐왔다. 그 결과 KBS는 항상성이 고갈되고, 환경에 대한 적응의 기능도 상실했다.

‘저널리즘 토크쇼J’는 그때 잘못된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정주현(PD), 최욱(팟캐스트 진행자) 그리고 20여명의 계약직 노동자를 투입시킴으로써 책임감을 떨어지게 했다. KBS는 엉뚱한 이름을 달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일삼았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아니라, 품격 저하의 방송을 일삼은 것이다. KBS는 항상성과 적응성의 정체성을 상실하면서 무슨 시청료 타령이고, 광고 수주 타령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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