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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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문이 없는 집은 없다. 원룸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큰 방으로 만들어진 집이라 해도 현관문은 있다. 문이야말로 집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문도 구조적으로 잘 만들어졌을 때 튼튼한 문이 된다. 구조뿐만 아니라 완성 후 미적 완성도를 감안해서 마감도 잘 돼야 하고 기능성도 당연히 잘 반영돼야 한다.

문의 구조란 골격일 텐데 골격이 부실하면 오래 사용하면 좌우로 뒤틀리기 십상이다. 문이 잘 안 열리고 아귀가 맞지 않으면 신경이 쓰인다. 집에 산다는 것은 신경 쓸 일을 최소로 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중 하나가 문이다.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라도 신경 쓰지 않게 해주면 감사할 일이다.

부가적으로 환기가 잘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화장실에 손바닥만한 구멍을 사람 키 높이에 뚫어 둘 수 있다면 습한 공기를 이내 환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실내 공기를 화장실 환기시설로 배출할 수도 있다. 방을 위한 문의 경우 바닥에 가깝게 구멍을 뚫어서 애완동물이 다닐 수 있는 통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문은 벽의 일부가 열리게 하기 위한 장치다. 여는 방식에 따라 미닫이문, 여닫이문, 들어열개문, 덧문 등이 있지만 정작 문이 설치되는 위치에 따라 설치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도 따져볼 일이다.

문은 마치 운명적인 인생에 비유될 수 있다. 일생을 한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어진 레일이나 힌지 위에서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번 설치된 문의 운명이 그대로 생을 마치기까지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미닫이문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평생을 주어진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문이야말로 집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자신의 삶의 방식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문이다. 그래서 문의 선택은 신중하고 때로는 애틋하다. 집짓기에서 단열이나 방수와 같은 큰 이야기들로 자칫 묻히기 쉬운 아이템이 되지 않게 신중하면 좋겠다. 문이 없는 집이 없다는 것과 삶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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