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석달 연속 사상 최대치 경신[서울=뉴시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8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석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확인하고 있다.

외환보유 달러 현금 비중은 6% 불과
“미국의 달러 환수에 대비해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한국이 미국과 6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만료 시점을 내년 9월 말까지 6개월을 다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계약이다. 즉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언제든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금융위기시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재연장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미 통화스와프만 너무 믿고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보유를 더 늘리고 특히 현금의 비중을 보여야 외환위기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3월 19일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올해 6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3월 31일부터 이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6차례에 걸쳐 198억 7200만 달러의 외화대출을 실행한 바 있다.

이달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3억 8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98억 7000만 달러 올랐다. 한달 만에 약 100억 달러 급증하면서 2010년 7월(117억 4000만 달러)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외환보유액의 90%를 차지하는 국채와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946억 4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109억 8000만 달러 오르면서 11월 외환보유액 급증세를 견인했다. 국제통화기금(IMF) SDR(특별인출권)과 IMF포지션은 각각 전월 대비 3000만 달러, 4000만 달러 상승했다. 금은 47억 9000달러로 전월과 같았고 예치금은 전월보다 11억9000만 달러가 빠졌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외환보유액 급증 배경에 대해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달러 약세로 인해 기타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는 2.3% 하락한 바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 외환보유액은 4265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가장 많은 3조 128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1조 3844억 달러), 스위스(1조 217억 달러), 러시아(5828억 달러), 인도(5602억 달러), 대만(5012억 달러), 홍콩(4749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466억 달러)가 우리보다 많은 달러를 보유 중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를 통해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가 부족하고 볼 수 있다. 특히 보유액 중 현금비중은 6%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는 흑자인 상황이기 때문에 여유가 될 때 외환보유 비축을 더해야겠고, 현금 비중을 30% 이상 늘려야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겪었지만 우리가 어려워도 미국이 절대 안도와준다. 통화스와프도 내년 9월이 만기이고 영구적인 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가 서서히 회복 중인 미국이 경제가 거의 회복될 경우 내년 연말이나 그 이후부터 달러 환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환율이 오르거나 우리가 자칫 제2의 외환위기를 겪을 위험도 있으니 그 전에 충분히 외환보유를 비축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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