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15일 끝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처음 출전한 김아림(25)이 우승을 차지하며 ‘신데렐라’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미국무대 데뷔전에서 깜짝 우승을 함으로써 한국여자골프의 저력을 입증해 보였다.

2013년 10대 때 한국여자프로골프에 뛰어들어 통산 2승을 거둔 그는 장타자로 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미국 투어에는 감히 도전할 생각을 갖지 않았다. 자신이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통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열린 LPGA 대회인 2019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참가한 적은 있었으나 50위에 그쳤다.

이번 US오픈에서도 그가 우승을 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다. 자신도 전혀 우승을 고려하지 않았다. 올해 로렉스 랭킹으로 운 좋게 US오픈출전 자격을 얻어 경험 삼아 출전했다. 1라운드서 3언더파를 쳐 공동 3위에 올라 예감이 좋았지만 3라운드까지 합계에서 공동 9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악천후로 하루 순연된 4라운드에서 신들린듯한 샷 감각으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다. 김세영, 유해란 등 한국선수와 한 조에 속했던 그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해 데일리베스트인 4언더파를 쳐 5타차를 뒤집고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US오픈에서 정상에 오르자 미국 유력 언론 등은 한국 여자골프의 강세를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한 밤중에 생중계된 이번 US오픈에서 뜻밖의 우승을 차지한 김아림에게 축하 문자가 쇄도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남자골프보다 여자골프가 훨씬 인기가 좋다며 미국과는 다른 환경을 흥미롭게 전했다.

7개 메이저 타이틀을 포함, LPGA에서 통산 20승을 거둔 박인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어쩌면 이런 말을 하는 것 조차 필요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한국에서 길거리를 걷거나, 심지어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돈을 낼 때조차도 자신을 알아본다고 전했다.

한국여자골프가 남자보다 더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워낙 탁월한 성적을 올리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골프계에선 한국최고가 세계 정상이라는 말이 자리잡을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게 최고 강점이다. 1998년 박세리가 처음으로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한 이후 ‘박세리 키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박세리 이후 US오픈에서 우승한 것만해도 11번이나 된다. 2008, 2013년 박인비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9년 이정은6에 이어 이번에는 김아림까지 우승 대열에 합류했다. 마치 US오픈이 ‘코리아오픈’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한국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한국여자골프가 경쟁력을 갖춘 이유로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정신력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아림의 경우 이번 US오픈에서 미국 등 세계 강국 선수들과 비교해 드라이버 비거리 등에서 전혀 뒤지지 않았으며 쇼트게임 능력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미국 골프전문가들은 김아림이 아주 쉽고 간결한 스윙을 가진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를 할 정도였다.

한국여자골프에는 김아림과 같이 하루 밤사이에 벼락 스타로 탄생할 많은 유망주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필드를 누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을 하고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김아림을 보면서 ‘제2의 김아림’이 되겠다며 대망을 키워나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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