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치국을 먹다

서정란

 

아야진 항에서 소문난 곰치국을 먹는다

순하고 담백한 맛이다

곰치는 어떻게 한 생을

짠 바닷물에 절이고 살아도 이리 순할까

숨겨둔 앙칼진 가시도 없고

가우 잡을 근육도

짜디짠 인색함도 없는

순하고 부드러운 곰치

 

곰치국을 먹으면서 생각한다

어디에서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순한 곰치살 한 점 입에 물고

숨겨둔 마음의 가시를 뽑는다.

 

[시평]

어느 미식가가 말을 했다. 동해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보다는 서해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회가 더 쫀득거린다고 한다. 그 이유인 즉 간단하다. 동해는 간만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서해는 간만의 차이가 높아서, 물고기들이 밀물 썰물의 물결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며 단련이 됐고, 그래서 그 살이 더욱 쫀득거린다는 거다.

충남 서산 간월도 어리굴젓은 예로부터 유명하다. 왜 그런가 하면 간월도가 유독이 간만의 차가 높기 때문이란다. 바닷물이 잔뜩 들어왔다가는 밀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밀려나가는데, 이때 바위에 달라붙어 있던 굴이 그 급한 물살에 떨어지지 않고 견뎌내야만 하기 때문에, 굴의 살이 탱글거리게 됐고, 그래서 그 굴로 담근 어리굴젓이 맛이 있다는 거다.

이렇듯 대부분의 삶은 자신이 처한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동해안 곰치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짠 바닷물에 온몸을 절이고 살면서도 순한 살을 지녔고, 숨겨둔 앙칼진 가시도 하나 없이, 또 짜디짠 인색함도 없는, 순하고 부드러운 살을 푸근하게 품은 곰치.

그래서 시인은 곰치국을 먹으며, 어디에서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짐짓 깨닫는다. 주변 탓, 남의 탓만 하며 불평이나 해 대는 우리의 일상. 이러한 삶 돌아보기 위해, 곰치국이나 훌훌 들이키러, 동해 아야진항으로 우리 한번 가 볼까.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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