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를 출발해 더불어민주당사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2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사를 출발해 더불어민주당사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2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3

7년만에 차별금지법 발의 준비

종교 행위는 차별 기준에서 배제

불교계 반발… “특정종교와 타협”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종교계에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불타오를 조짐이다. 발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의 차별금지법(평등 및 차별금지법에 관한 법률안) 내용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그간 차별금지법에 대해 긍정적 표시를 해왔던 불교계는 이번 민주당표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반대하고 나섰다.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상민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법률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며 “이 의원 법안은 차별행위에 대한 벌칙조항을 삭제했을 뿐만 아니라 차별 예외조항에 종교를 추가함으로써 종교 간 갈등과 증오 범죄를 부추기는 매우 위험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차별금지법 발의는 2013년 이후 약 7년만이다. 민주당 이 의원은 지난달 인권위와 차별금지법 도입을 논의한 뒤 법안을 마련해 이미 공동 발의 최소요건까지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여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발의를 준비중인 차별금지법안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 대표 발의안이나 인권위의 평등법 시안을 거의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종교나 전도에는 평등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부분이다. 법안 제4조 제4항이 그렇다. 해당 조항은“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특정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집회, 단체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된 기관에서 해당 종교의 교리·신조·신앙에 따른 그 종교의 본질적인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는 차별로 보지 않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차별금지법에 ‘종교인 예외’ 조항을 둔 것이다. 조계종은 이러한 민주당의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종교계 전체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음은 물론 특정 종교와의 타협을 전제로 진행된 법률안”이라며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률로써 최소한의 보편성과 타당성마저 상실한 내용이므로 즉각 철회돼야 함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차별의 개념’이다. 인권위 평등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열린 ‘제헌절 헌법수호 결의대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열린 ‘제헌절 헌법수호 결의대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7

보수개신교에선 평등법에 종교, 성적지향이 포함된 것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조계종을 비롯해 일각에선 이 의원이 보수 개신교의 반대 때문에 종교 예외 조항을 넣은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종교인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 같은 조항을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종교인 예외 조항을 둔 민주당의 차별금지법이 통과할 경우, 종교 활동이란 명목으로 차별과 혐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도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차별금지법을 지적했다. 차제연은 “발의될 평등법안에 ‘종교단체 및 종교기관’을 포괄적인 차별의 예외로 두는 조항이 포함된다면 ‘종교단체 및 종교기관’ 개념에 대한 해석 차이에 대한 논쟁을 비롯해 종교기관은 차별금지법의 적용에서 면제되는 특권적인 지위에 있다는 인식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실질적인 차별의 구제 및 해소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애초 예배와 설법, 전도 등 종교행위는 차별금지법 및 평등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며 “굳이 예외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오히려 고용 및 교육 등 주요영역에서 ‘종교 및 신념’을 이유로 한 차별에 법적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차제연은 오는 23일 오후 ‘종교기관 예외조항,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온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쟁점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 토론회에서는 한국사회의 ‘종교차별’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태와 그 영향에 대해서도 짚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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