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쏙쏙] 김종인, 대국민 사과로 ‘탄핵의 강’ 넘을까… 해결과제는 첩첩산중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등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탄핵의 강’을 건너 재집권의 토대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된 상태”라며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 못했고 오히려 자리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고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면서 “특정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공직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아울러 정당 정치 양대 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 국민의힘은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한층 진지한 고민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가결일인 지난 9일 사과를 진행하려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국정원법 등을 처리한 이후로 사과 시기를 늦췄다.

김 위원장의 사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 전초전인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민주당의 입법폭주 직후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써 여당의 ‘오만’과 야당의 ‘자성’이 대비되는 효과도 노렸다.

김 위원장의 사과 이전에도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 등이 국민을 향해 반성의 뜻을 밝힌 적은 있지만,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사과를 한 적은 없었다.

인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 박근혜 정권의 실정 전반에 대한 반성보다는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는 메시지를 내는 측면이 강했다.

홍 전 대표는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된 상황에서 ‘보수 대통합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다만, 사과보단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뿐 아니라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 비위에 대해서도 사과를 단행하면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우리공화당 등이 반발하는 상황을 봉합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국민 사과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 많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중도층 확장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의 결별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동기 변호사가 탈당계를 제출한 것 외에는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과를 계기로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재집권의 토대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당 내부의 갈등과 반발이 커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대부분이 계파가 없는 초선 의원들이 과거와의 단절과 혁신을 원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각에서는 갈등의 구심점이 되는 계파가 없는 상황이기에 당내 갈등이 커질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민주당도 김 위원장의 사과 이후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이외에도 대국민 사과로 탄핵의 강을 넘을 준비를 마친 국민의힘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주자를 키워내야 하는 것과 야권 통합도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야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인물은 많지만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인물이 적다는 점이 고민인 상황이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치 입문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의 결단으로 과거와의 결별과 새로운 시작을 알린 국민의힘이 개혁과 쇄신에 성공하고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