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연습(스파링)을 가장해 폭행을 당한 고교생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피해 학생 모친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글. (출처: 청와대 게시판) ⓒ천지일보 2020.12.16
권투연습(스파링)을 가장해 폭행을 당한 고교생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피해 학생 모친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글. (출처: 청와대 게시판) ⓒ천지일보 2020.12.16

기절했는데 119신고도 안해

피해학생 모친, 청원글 올려

“아들 생각에 가슴 미어져”

“또다른피해 막아달라” 호소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권투연습(스파링)을 가장해 폭행을 당한 고교생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학생은 무려 3시간 동안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 부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엔 24만건이 넘는 동의가 달렸다.

16일 경찰과 청와대 국민청원글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영종도에 있는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고1)군을 고1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이 불러냈다. 이들은 A군을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아파트 단지 안 체육관으로 데리고 갔다.

이후 A군에게 머리 보호대와 권투 장갑을 쓰게 하더니 남학생 둘이 번갈아가며 때리기 시작했다. 약 3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가해 학생들은 A군의 여동생에게 ‘나 너희 오빠 친군데 지금 네 오빠가 나랑 스파링하다가 기절했는데’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너희 아버지 전화번호 알려줄 수 있어?’ 등의 메시지도 보냈다. A군이 폭행으로 인해 쓰러진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A군의 모친은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가해 학생들의 연락을 받고 황급히 집을 나와 형광등 하나 켜지지 않은 아파트 체육관에 도착해보니 A군은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였다.

약 5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A군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뇌에 손상이 왔고 아직도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혼수상태로 있다.

가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복싱 연습을 시켜줬을 뿐”이라며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다. 이들은 사건 당시 A군이 쓰러졌는데도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가해 학생인 고교생 2명은 중상해 혐의로 구속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A군의 모친은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24만 869건의 동의가 달렸다.

그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 아들을 봤을 때 아무 힘이 없이 축 늘어져 숨을 고르게 내쉬지 못하고 동공이 빛에도 반응이 없던 상태였다”며 “흰자밖에 보이지 않던 아들을 본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119부터 찾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119분들이 오셔서 아들을 확인 후 ‘매우 위중하니 먼저 응급실로 가고 폭력사건 같으니 신고하고 빨리 응급실로 오라’고 했다”며 “경찰분들이 오기까지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지만 우리아들이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이어 “(아들이) 위급하다는 소리를 듣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들은) 아이의 응급수술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중이었다”며 “다섯 시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 수술이 끝나고, 지금까지 아들은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아이는) 도움 받을 어느 누구도 없는 곳에서 끊임없이 맞았다. 얼마나 아팠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만 끝이나니 우리 아들 같은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갈 것이다. 제발 우리 아이 같은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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