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등 국내 5개 대형교회가 기도원·수양관을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임시생활시설)로 제공하기로 했다. 생활치료센터 규모는 약 890실이다. 관련 간담회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진표·김성주·오영훈 민주당 의원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교회 측에서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 등 각 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됐든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앙 앞에 서로 협력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형교회에 갖춰진 인프라를 국민을 위해 제공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모습이다.

문제는 과정과 의도가 수상하다는 것이다. 관련 간담회를 정부시설에서 하지 않고 기성교단 대변지인 국민일보 빌딩에서 한 것부터 석연치 않다. 모든 종교를 차별없이 대해온 정부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지만, 유독 표심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대온 정부인지라 스피디한 교회 협조가 그간 정부와 대형교회의 내밀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공적인 조율이라면 여당 대표나 국회의원이 나설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교회들과 조율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 여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관여했다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론 정권 창출 이후 최악의 지지율에 위기의식을 느낀 여당 대표의 조바심이 엿보인다.

‘일상생활하라’는 대통령 말 믿다 감염된 신천지 교인들은 누차의 사과와 3차에 걸친 혈장공여에도 여전히 압박을 받고 있다. 혈장공여의 가치는 기존 시설을 제공하는 치료센터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보건당국 관계자 외에 여당 인사나 청와대 관계자 중 누구도 감사를 표한 바 없다. 신천지 신도들의 혈장공여 덕에 개발된 혈장치료제가 국민을 살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반면 2차, 3차 대유행기에도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며 예배를 강행해 연일 확진자가 속출하는 기성교회는 당당함을 넘어 되레 정부가 기성교회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기성교회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는 시국에 여당 대표가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는 기성교회의 대표 격인 목회자들을 찾아가 생활치료센터를 제공받는 것은 한편으론 표심을 얻고 기성교회에는 또다른 면죄부를 주기 위한 모종의 거래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조항이며, 기성종교보다 소수종교를 위해 더 작동돼야 할 조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여당은 말로는 천부인권 강화를 외치면서 실상은 오직 ‘내 편’ ‘표밭’에만 정성을 들이고 내 편이 배척하면 덩달아 배척하는 편가르기 정치행태를 보여왔다.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지만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 국민을 편 갈라 표를 노리는 정치꾼의 시대는 이번 정권으로 부디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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