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였다. 겨울철로 들어서면서 잠시 주춤했던 확진자 수가 13일에는 하루 1천명을 넘었으니 방역당국이 바빠졌고, 국민의 일상생활에서도 행동반경은 더욱더 좁아지게 됐다. 그나마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에서 단계 격상이니 연말까지는 정부대책에 잘 따라야 하겠고, 여타지역 시민들도 당연히 예방수칙을 솔선수범하며 조심할 터지만 이로 인한 국민 걱정이 크다.

지난 2월과 3월 사이 확진자 6700여명이 쏟아져 난리법석을 피웠던 대구가 대반전(大反轉)을 이뤘다. 당시 대구봉쇄령이 나돌고, 역병의 도시라는 오명을 쓴 대구시민들이 이를 악물고 고군분투한 고행의 결과 지금은 코로나 확진 전국 최소도시로 청정지역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코로나19라 하면 ‘대구’를 연상하고 ‘신천지’를 떠올린다. 그런 사정이니 대구지역 첫 확진된 31번 확진자를 비롯해 신천지 교인들이 얼마나 많은 핍박을 받았는가. 그들도 코로나 피해자였건만 죄인 아닌 죄인으로 낙인찍혀 힘들게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쯤에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병된 게 아니라 외국에서 발생된 만큼 정부가 초기단계에서 입국자 단속 등을 제대로 했더라면 사정이 달라졌을 테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애먼 사람’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됐더라면 대구의 31번 확진자가 덮어쓰지도 않았을 테고. 신천지교회가 ‘감염 확산 주범’이라는 주홍글씨는 없었을 것이며 그 교인들도 도매금으로 매도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점이 아쉽고 억울했지만 신천지에서는 ‘우리 잘못으로 죄송하다’고 연거푸 사과했다. 그러함에도 우리사회의 비정상적 인지와 일부 언론과 특정종교가 짜 맞춘 신천지에 대한 마녀사냥식 칼춤이 아직 계속되고 있으니 신천지 비난만을 위한 비난만을 퍼붓고 심지어 종교지도자에게 올가미 씌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우리국민은 방역당국에 협조하면서 지시에 잘 따랐다. 당국에서 집단감염의 감염원을 찾아내기 위해 행정조사를 했고, 다수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인들은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던 지난 2월, 추미애 장관이 각급 검찰청에 “신천지가 방역 당국의 행정조사 등에 협조하지 않으면 강제수사에 착수하라”며 여러 차례 신천지 조사를 지시했다. “행정조사 자체가 수사기관이 관계법에 따라 신천지를 압수수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을 겨냥한 고강도 지시를 했던 것이다.

추 장관은 언론과 제1야당과 신천지를 묶어 매도하는데도 스스럼없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과 통합당의 무차별적이고 근거 없는 공격이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이제는 신천지까지 저를 공격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런저런 공격으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입건돼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날에도 추 장관은 “신천지 신도로부터 위협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는데, 이는 신천지 신도들을 무법집단으로 보이게 하고 법원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은연중 억압(?)한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그렇게 시작된 이만희 총회장 혐의에 대한 재판은 지난 9일로 결심공판이 있었고 내년 1월 13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위법행위로 인해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어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반사회적인 활동도 서슴지 않으며 공권력을 무시하고 방역을 방해해 죄질이 중하다”고 적시했다.

이에 이 총회장 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신천지 교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기인해 피고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확산에 대한 책임을 신천지에 묻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천지는 방역 당국의 요청에 따라 24만명의 신도 명단을 제출했고 누락·수정된 인원은 30여명”이라며, 방역 방해의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음을 항변했다. 아흔을 바라보는 이 총회장은 “저는 한 번도 지침을 어기거나 돈을 횡령한 적이 없다. 이건 하늘이 보고 땅이 들었을 것”이라고 공소사실을 부정하며 억울함을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제 재판절차가 끝났고 법원의 몫이다. 이 사단은 코로나로 인한 것이고, 신천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지도 아니하였거니와 이만희 총회장은 감염 확산 시기에 종교지도자이기보다 개인적 인간의 도리로서도 보건환난을 하루빨리 멈추게 하려 당국에 협력하고 교인들에게 협조를 호소했을 터, 그 증명이 바로 신천지성도 4천여명이 참가한 ‘혈장공여’이다. 구순 나이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세계평화운동에 헌신해온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 국제사회의 믿음이 크고 이 재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행여 일부 교단의 신천지 헐뜯기와 부정적 기류에 편승해 법원은 보여주기식이나 여론 재판을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 비정상이 판치는 우리사회에서도 ‘양심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좋은 결단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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