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문화는 시대의 요청으로 태어나고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부활한다. 특히 대중음악이 그렇다. 영영 잊히지 않는 멜로디가 가슴 속에서 ‘웅웅’거리며 과거를 어루만질 때, 우리는 비로소 시대를 뛰어넘는 대중음악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빅뱅, 2NE1, 소녀시대… 강렬한 비트와 현란한 안무가 무대를 점령하는 현실 속에서도 ‘세시봉’은 여전히 가슴 뭉클한 ‘청춘의 화신’으로 피어난다.

책은 ‘금지된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대중음악가들이 속칭 ‘딴따라’ 취급을 받던 시절 ‘세시봉’은 조영남·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 우리 가요사의 한 획을 긋는 걸출한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대학 시절 세시봉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저자는 세시봉에 얽힌 일화를 생생하게 떠올리며 한국 대중 음악사를 펼쳐낸다.

2010년 한가위에 ‘세시봉 친구들’은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출연한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그 때 조용남이 “내 친구들 공부 잘했어. 서울대 다니는 종철이 생각나?”라고 말한 대목이 기억날 것이다. 저자가 그 ‘종철’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시작된다. 1960년 중반에 서울 시내에는 몇몇 음악감상실이 있었다. 세시봉은 그중에 특별했다. ‘대학생의 밤’ ‘신인 가수 선발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로 매니아층을 생산해 낸 것이다. 특히 ‘대학생의 밤’은 저자의 아이디어였단다.

‘대학생의 밤’은 한 주에 한 번씩 각 대학의 밴드와 노래패, 그리고 프로 연예인과 지식인들을 초청하는 자리였다. 당시 세시봉에 상주하다 시피 하는 건달들을 늘 못마땅하게 여겼던 세시봉 주인은 흔쾌히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대성공. 첫 공연에 350명의 관객이 모였고 이상벽과 같은 걸출한 신인도 이 자리에 서 얼굴을 알리게 됐다. 그 뒤 ‘대학생의 밤’은 새로운 문화 코드를 이끌면서 지금까지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이렇듯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1960년대부터 민중가요의 시대였던 1980년대 후반까지의 한국 대중가요사를 집약한 점도 눈에 띈다.

김종철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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