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2018년 1월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을 거부하다 부모에의해 질식사를 당한 구지인씨를 추모하며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DB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2018년 1월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을 거부하다 부모에의해 질식사를 당한 구지인씨를 추모하며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DB

한국에서 특정 종교를 상대로 벌어지는 사회적인 적대적 행위가 국제 연구기관에 의해 지표화됐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종교에 대한 사회적 적대 행위가 낮은 범주에서 중대한 범주로 상승했다. 전 세계에서 이 범주가 높아진 나라는 힌두교에 대한 집단폭행이 이뤄진 엘살바도르와 특정종교를 상대로 강제개종을 버젓이 하는 한국뿐이다. 이 연구는 각국 내에서 종교에 대한 적대적 행위의 정도를 비교 분석한 것으로, 해외에서도 강제개종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는 2018년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센터 연구자들이 주목했을까. 본지는 해외 학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인 ‘2018년 구지인 사건’과 ‘강제개종’에 대해 살펴본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017년 12월 30일. 오후 5시 40분. 전남 화순의 한 펜션. 창문엔 못이 박혀져 있고, 펜션을 탈출하려던 딸은 아버지에게 다리를 잡힌다. 어머니는 그런 딸의 입을 틀어막았다. 딸은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부모가 숨을 죄이는 참혹한 상황에서 딸은 천천히 숨을 거둬갔다. 그렇게 숨을 거둔 딸의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심폐 정지. 경찰은 부모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참극은 강제개종 희생자인 고(故) 구지인(당시 27, 여)씨의 이야기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신도인 구씨는 부모로부터 강제로 개종을 요구받던 중 목숨을 잃었다. 당시 경찰은 펜션에서 나가려는 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씨의 아버지인 A씨와 어머니인 B씨를 불구속 수사했다.

구씨의 실종을 최초로 인지하고 신고한 지인에 따르면 구씨는 숨진 전날 ‘가족 모임을 간다’는 문자를 교회 부서원들에게 보낸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구씨 사망 사건에 대한 초동수사는 구씨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펜션에 도착한 119 대원의 신고로 이뤄졌다.

“가족들이 서로 다투고 했으니까 목을 졸랐던지, 뭐 했던지 아무튼 가해를 한 건 맞으니까 폭행치상으로 보고를 했어요.”

당시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장은 이같이 말했다. 구씨는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뇌사상태로 가망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원을 전전하다 사고 10일 만에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故 구지인씨가 질식사를 당한 전남 화순의 모 펜션. 펜션 창문엔 못이 박혀 있어 열리지 않았다. 구씨는 강제개종 장소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질식상태로 발견됐으며 지난 1월 9일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故 구지인씨가 질식사를 당한 전남 화순의 모 펜션. 펜션 창문엔 못이 박혀 있어 열리지 않았다. 구씨는 강제개종 장소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질식상태로 발견됐으며 지난 1월 9일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구씨는 죽었지만, 살 수 있었다

“지인이에 대한 개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44일이나 개종교육을 했지만 지인이가 개종 되지 않자, 다시 개종교육을 하기 위해 가족들이 이단상담소 관계자들과 짜고 지인이를 납치한 것 같아요”

구씨로부터 생전에 신변보호자로 위임받았다는 김모씨는 구씨가 개종교육에 끌려간 게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불과 1년 전에도 가족들에게 붙들려 개종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와 같은 사건의 배후에 이단상담소 목회자들이 관여하고 있다며 이들이 부모에게 불안을 조성해 개종을 강요하고, 부모 뒤에 숨어 개종을 교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씨는 2017년 6월 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 통의 탄원서를 대통령 앞으로 보낸 바 있다. 강제개종 목사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였다.

구씨는 “우리 가족의 행복이 강제로 종교를 바꾸게 하는 개종교육으로 인해 무너졌다”면서 ‘한국이단상담소 폐쇄와 강제개종 목사의 법적 처벌 및 종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달라고 대통령에 호소했다.

편지에서 구씨는 자신이 가족에 의해 2016년 7월 전남 장성의 한 수도원에 감금됐고, 그곳에서 44일간 개종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생전 구씨의 증언에 의하면 이렇다. 당시 수도원의 철창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현관문과 부엌에는 나갈 수 없도록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구씨의 부모와 형제는 그곳에서 구씨에게 ‘개종’을 요구했다. 구씨가 다니고 있는 신천지예수교회가 한국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낙인찍힌 곳이기 때문이었다.

구씨는 개종을 거부했지만 가족들은 개종할 때까지 풀어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 가족들의 뒤로 일면식도 없는 낯선 이가 보였다. 개종교육을 위해 온 이단상담소 소속의 소장과 전도사, 즉 개종 목사였다.

개종 목사는 8시간이 넘도록 자신들의 종교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싫다”는 구씨의 말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급기야 인신공격까지 쏟아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구씨는 목숨을 걸고 44일 만에 탈출했다.

구씨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소장이 시키는 대로 언니는 나를 감시하기 위해 멀쩡하게 다니던 초등학교(직장)을 휴직했고 엄마는 사회복지사 일도 그만뒀다”면서 가족의 행동엔 개종 목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구씨는 생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감금 중 우연히 보게된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광주 이단상담소 임모 전도사를 비롯한 박모씨의 사주로 이뤄졌고 ‘신천지피해자가족연대’와도 연결돼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탄원서는 개종 목사의 실체를 고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구씨는 개종 목사의 처벌을 위해 법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가족사”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탄원서를 보낸 그 해, 구씨는 또다시 개종을 이유로 감금돼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최고 법도, 그 누구도 구씨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날 구씨는 죽었지만, 그날 어쩌면 구씨는 살 수 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성도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앞에서 열린 한기총 규탄 궐기대회에서 강제개종 중단과 개종 목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에서 발생한 강제개종 시도에 의한 납치·감금 사건을 규탄했다. 더불어 지난 2007년과 2018년 강제개종교육을 거부하다 숨을 거둔 고(故) 김선화씨와 고(故) 구지인씨 사건에도 지속되는 강제개종에 대한 처벌과 대책을 촉구했다. ⓒ천지일보 2019.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성도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앞에서 열린 한기총 규탄 궐기대회에서 강제개종 중단과 개종 목자 처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에서 발생한 강제개종 시도에 의한 납치·감금 사건을 규탄했다. 더불어 지난 2007년과 2018년 강제개종교육을 거부하다 숨을 거둔 고(故) 김선화씨와 고(故) 구지인씨 사건에도 지속되는 강제개종에 대한 처벌과 대책을 촉구했다. ⓒ천지일보 2019.1.11

살인의 원인 ‘강제개종’

구씨의 사망 원인이기도 한 ‘개종교육’은 주로 ‘이단상담소’가 주축이 돼 자행하는 종교 강요 행태다. 이단상담소 소속 목사가 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부모에게 납치·감금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이후 부모가 모든 환경을 만들면 그때 투입해 개종교육을 진행한다. 치밀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탓에 공권력은 개종 중 발생하는 사건을 단순 가족사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개종교육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소장 진용식 목사)를 필두로 전국망이 구축돼 있는데, 진용식 목사는 과거 하나님의교회 신도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개종을 강요해 유죄를 받은 바 있다. 특히 그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10억원 이상의 수익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종교육이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에 전국적으로 이단상담소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관련 피해자도 급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구씨의 죽음은 강제개종 철폐를 위한 ‘도화선’이 됐다.

구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지면서 2018년 2월 서울 광화문광장을 포함해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강제개종 목사 처벌을 요구하는 약 12만명이 모인 대규모 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 강제개종 실태가 해외로 알려지며 해외에서도 강제개종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발간한 연구 보고서는 바로 그 방증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미국 퓨리서치센터, 신천지 신도 강제개종 피살 주목… “한국, 종교 적대감 크게 상승”)

구씨에 대한 추모는 매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강제개종피해자연대(강피연)는 더이상 강제개종으로 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매년 10월 7일을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로 공표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주최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주최로 열린 ‘강제개종 희생자의 날’ 공표식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7

강제개종의 참담한 실태와 그 불법성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반응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만 여전히 강제개종 문제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와 사법당국 등 관계부처가 기성교단의 영향력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구씨 사건 이후 ‘강제 개종 금지법을 제정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14만명이 동의했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삭제돼 논란이 인 바 있다.

이같이 정부가 강제개종을 묵인하고 있는 동안 강제개종으로 울고 있는 제2, 3의 구지인씨는 지금도 대한민국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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