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in] 필리버스터 강제로 종료시킨 거여… 사라진 야당 존중
[정치in] 필리버스터 강제로 종료시킨 거여… 사라진 야당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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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도중 사회를 보던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교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도중 사회를 보던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교대하고 있다.

김태년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종료”

4일 만에 말 바꿨다는 비판 나와

180표 찬성… 턱걸이로 강제 종료

윤희숙,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경신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민의힘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저지할 목적으로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로 종료시켰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0일 “야당을 존중한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당초 민주당이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자 거대 여당의 의석수를 앞세워 조기 종결을 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거는 소수당의 합법적 견제 장치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무력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범여권과 힘을 합쳐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결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표결 전에 낸 입장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국회가 소모적인 무제한토론만 이어간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이라며 “이에 민주당은 무제한토론 종결을 신청했다”고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필리버스터 종결동의 표결은 찬성 180명, 반대 3명, 기권 3명으로 턱걸이 가결됐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의 종료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상황 악화와 필리버스터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필요한 정쟁만 반복한다며 필리버스터의 강제종료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헌법 전문을 낭독하거나, 인터넷 댓글 수백 개를 그대로 읽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이 야당을 향해 비판했던 내용을 본인들도 한 것.

아울러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당시에도 확진자가 600여명에 근접한 상황이었기에 코로나 악화라는 것도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처음에는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며 “초선 의원들이 모두 가담하고 윤희숙 의원이 최고시간을 경신하고, 국민들이 알기 시작하니까 막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도 “코로나를 이유로 들었는데, 필리버스터 시작 때도 하루 확진자가 600명에 근접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192시간 27분간 필리버스터를 했지만, 이번엔 약 60시간 만에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태도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6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시키지도 않았고 지도부 차원에서 맞불토론을 진행하자는 의견도 막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각종 비판에도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 시킨 것은 22일부터 시작되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개혁 법안의 처리 스케줄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민주당은 최우선 과제인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같은 날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나머지 쟁점 법안을 밀어붙여 ‘입법 독주’ 프레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야당의 발언권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할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9일 국민의힘에서 공수처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나선 건 김기현 의원 1명 뿐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초선 의원 58명 모두가 참여를 결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7월 ‘저는 임차인이다’라는 주제의 5분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초선 윤희숙 의원은 11일 오후부터 12시간 47분 동안 반대 토론을 이어가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깼다. 이에 국민의힘의 투쟁 의지가 치솟았고, ‘필리버스터 정국’이 연말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에 의해 강제 종료되긴 했지만, 이번 필리버스터로 국민의힘도 얻은 것이 많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초선 의원들의 결기를 재확인하고 최장 시간을 경신한 윤희숙 의원 등의 인재를 발굴했다는 점이 꼽힌다. 야당의 입장에서도 수확이 많았던 만큼 이를 바탕으로 대여 투쟁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 나온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입법을 강행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규탄 시위를 하는 도중 정청래 의원과 논쟁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입법을 강행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규탄 시위를 하는 도중 정청래 의원과 논쟁을 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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