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종에게 - 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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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에게

이  명

침묵하더라도
누가 두드리거든 드높은 가을 하늘이 되거라

소리 내지 않아도
노을에 우러나는 서러움이 되거라

네 스스로 뜨거움이 되거라


[시평]

종은 울리기 위하여 있는 것이다. 종이 침묵을 한다면, 어쩌면 종은 종으로서의 본연을 버린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은 침묵을 하고 있는 종이라고 해도, 실은 언젠가는 울어야 할 숙명을 지닌 것이리라. 그리하여 종은 언제고 소리를 얻어 가을 하늘이 되고, 노을에 우러나는 서러움이 되고, 또 스스로 뜨거움이 될 것이리라. 그러나 종은 다만 소리가 아닌, 울림이 되어야 완성된다. 다만 소리로 끝나지 않고, 세상을 울리는 울림으로 번져나가야 비로소 종은 종으로서 완성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완성이 되려면, 다만 소리로 어떠함을 알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울림으로서, 그리하여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종은 다만 소리만을 전하는 종이 되면 안 된다. 세상을 울리는, 그리하여 그 종소리를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종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종은 언제고 드높은 가을 하늘이 되고, 슬픈 눈빛으로 스러지고 있는 저녁녘의 서러움이 되고, 마침내는 스스로 뜨거움이 되어야 비로소 종이 되는.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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