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 인권의 날’ 맞아 선전
수해복구 두고 ‘인권의 척도’ 강조
미 국무부 “北인권상황 깊이 우려”
북한인권결의안 이달 유엔총회 상정
전문가 “결의안·바이든 출범 의식한 듯”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유엔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을 맞아 북한이 자국을 “참다운 인권 실현의 나라”라고 자화자찬했다.
국제사회의 지적과는 반대로 북한이 ‘인권상황에 문제가 없다’고 치고 나오는 모습인데, ‘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의식하는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특히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신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들 새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 모색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北매체 “최상 수준 인권보장” 자화자찬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0일 “우리 공화국은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귀중히 여기고 인민 대중을 위해 복무하는 진정한 인민의 나라, 존엄 높은 자주 강국”이라며 “인민 대중의 민주주의적 자유와 권리가 최상 수준에서 보장된 참다운 인권옹호, 인권실현의 나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세계적 범위에서 인권 문제는 완전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인민 대중의 자주적 권리가 법적으로 담보되고 누구나 나라의 주인으로 삶을 누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국제사회의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같은 날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도 ‘자연재해와 인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국의 인권상황을 추어올렸다.
매체는 지난 8·9월 수해복구 사업을 인권 증진 사례로 나열하고 “세계를 휩쓰는 혹심한 자연재해 속에서 조선(북한) 피해지역에서 연이어 펼쳐진 새집들이 경사는 참다운 인권실현의 척도가 되고 있다”면서 “국가가 자연적인 재난으로부터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인권보장에서 선차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 대내외매체의 이 같은 보도는 유엔이 지정한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나왔다.
◆국제사회, 北인권상황 우려 쏟아내
이와 달리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미국 국무부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하며 “북한 주민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인권 존중을 증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지속해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6월 발표한 ‘2020 인신매매 보고서’에서는 북한을 중국,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최하위 등급(3등급)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미 의회에서도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원회는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정권이 자국민에 고문 및 세뇌를 가하거나 부당하게 감금하는 등 억압을 자행하고 있다. 인권상황이 혐오스럽다”며 “이 같은 행동들은 용납될 수 없고,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앞서 지난 7일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한 회원국 각국의 제재를 허용하는 ‘세계 인권 제재 체제(Global Human Rights Sanction Regime)’를 채택했다.
이뿐 아니라 유엔은 지난 2005년 이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을 한해도 빠짐없이 채택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지난달에도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은 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너희나 잘하라’라는 북한
북한은 자국을 “참다운 인권실현의 나라”라고 자화자찬하는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인권 문제를 두고 북한 당국과 국제사회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려 주목된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가운데 북한은 되려 ‘자국 인권상황은 문제가 없으니 너희나 잘하라’라고 지적한 셈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세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종래의 주장에서 달라진 게 하나 없지만, 북한이 어쨌건 입장을 밝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 유엔에서 인권 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게 아니겠느냐. 이런 상황을 고려한 메시지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바이든 시대의 출범과도 맞물려 있다. 민주주의 가치, 특히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미국의 출범에 앞서 향후 인권 문제를 갖고 시비 걸지 말라는 의도일 수 있다”면서 “남 탓하지 말고 너희 나라나 신경 쓰라라는 것인데 자기방어,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북한 인권상황은 전 세계가 다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 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부각시키다보니 북측의 인권 탄압이나 폭압 정치에는 눈을 감은 측면이 있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차단막을 치고 나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