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직에 선임됐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0.10.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직에 선임됐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0.10.14

1.2조원에 로봇기업 인수 합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확보

정 회장도 지분 가져 책임경영

물류·안내 로봇 시장부터 진출

향후 휴머노이드도 진출 예정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조 2000억원(11억 달러)에 달하는 첫 빅딜로 로봇기업을 인수한다. 자동차 기업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인수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래사업 경쟁력 강화, 기업가치 제고, 신성장 동력 마련 등을 위한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11일 현대차그룹은 ‘로봇 개’로 알려진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은 현대차그룹 80%, 소프트뱅크그룹 20%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분 80%를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정 회장이 직접 지분에 참여하면서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관련해 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어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 말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기조는 취임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로보틱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0.12.11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0.12.11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경제·사회 활동 전반이 콘택트(Contact)에서 언택트(비대면)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어 로봇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로봇을 비롯해 물류 운송 로봇 등이 널리 활용되는 상황이다. 간단한 안내 및 지원, 헬스케어뿐 아니라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 비서 등 분야에서의 서비스 로봇 수요도 향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22%를 기록,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는 32%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도요타를 비롯한 닛산·혼다·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콘티넨탈·보쉬 등 부품 업체, 로지스틱스와 같은 물류 업체들이 물류 자동화 전문 기업, 인공지능 및 로봇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로봇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것이 분야별 다수의 기업과 협업 및 인수를 진행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로봇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구축하리라 보고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 이어 향후 약 7년 이내에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천지일보 2020.12.11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천지일보 2020.12.11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2019년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양산형으로 개발한 뒤 일부 시장에 시범 공급했다. 올해 6월부터는 본격 판매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외 각종 건설현장이나 제조 공정에 서비스형 로봇으로 투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서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 고객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고.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고.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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