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인 2천인’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인 2천인’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8

종교계 잇따라 검찰개혁 선언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촉구도

헌법위배 정교유착 논란 일어

보수 정당선 “종교계가 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검찰개혁과 관련한 논란이 사방으로 뜨겁다. 특히 정치계에서 시작된 목소리가 이제는 종교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개신교를 시작으로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진보 종교단체들이 검찰개혁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을 반대한다며 윤 총장의 해임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교계가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자 곧바로 추미애 법부무 장관은 ‘종교계에서도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고무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천주교의 대표적인 진보 단체인 정의구현사제단의 한 신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를 맡은 대검감찰부장을 만난 후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면서 정교 유착에 대한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1일 4대 종교 종교인들이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종교계 100인 시국 선언’을 발표한 이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 개신교 목회자·신도들에 이어 9일엔 불교, 원불교, 개신교 교회연합기관, 천도교 등의 단체와 신도들까지 연이어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진보 성향 스님들의 단체로 알려진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신도들은 이날 국회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불교인 선언’을 발표하고 “검찰개혁은 적폐 청산의 핵심 과제이자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적 사명”이라며 “(검찰은)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끈질기고, 강력하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과 교무들도 국회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원불교 교무 시국 선언’을 내고 “일제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검찰제도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견제나 통제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됐다”면서 “우리는 그들의 오만과 특권의식의 민낯을 봤다. 검찰개혁은 마지막 관문에서 좌초의 지경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홍보영 수습기자] 원불교 교무들이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을 촉구했다. ⓒ천지일보 2020.12.9
[천지일보=홍보영 인턴기자] 원불교 교무들이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9

대표적인 개신교 진보진영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검찰개혁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며 역사적 과제입니다’란 성명서를 내고 검찰 개혁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검찰 안팎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개혁 대상인 검찰이 검찰개혁이라는 정의로운 흐름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역사의 진전을 가로막으려는 저항으로 규정한다”면서 “수사·기소권 독점 등 통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의 분산”을 촉구했다. 천도교 일부 평신도들이 모인 ‘검찰 개혁을 바라는 천도교인·동학인’들도 성명을 발표하고 “대표적인 적폐 기득권,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개혁’은 현재 국내서 가장 민감한 정치사안 중 하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싸움’ 역시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인들이 검찰개혁과 관련한 의견을 표명하고 검찰총장의 해임을 대놓고 요구하는 행위는 ‘친정부 행보’며 정치개입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에 검찰개혁 선언에 동참한 종교계를 살펴보더라도 대부분이 진보 성향을 띄고 있으며, 보수 종교계 측의 목소리는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추미애 장관은 이번 종교계의 검찰개혁 선언에 대해 “종교계가 검찰개혁의 길을 열어줬다”며 마치 전체 종교계의 의견으로 해석했다.

정치계 일각에선 종교계의 이번 시국 선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종교와 검찰개혁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데 (종교계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참 애매한 상황”이라며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 우리도 입장을 내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종교계에서 정치 사안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헌법상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는 ‘정교분리’ 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 전광훈 목사 역시 지난해 정교분리를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가 목사의 신분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하고 극우 성향의 정치적 메시지를 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개신교 일각에서는 ‘종교를 팔아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낸다’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다’ 등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아예 전 목사와 선을 긋고 나서는 교인들도 나왔다.

이같이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정교 분리 원칙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종교가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는 보수, 진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2020 종교 및 종교인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종교계의 문제로 ‘정치개입’을 지적한 응답자는 32%로 적지 않게 나타난 바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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