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특정 종교를 상대로 벌어지는 사회적인 적대적 행위가 국제 연구기관에 의해 지표화됐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종교에 대한 사회적 적대 행위가 낮은 범주에서 중대한 범주로 상승했다. 전 세계에서 이 범주가 높아진 나라는 힌두교에 대한 집단폭행이 이뤄진 엘살바도르와 특정종교를 상대로 강제개종을 버젓이 하는 한국뿐이다. 이 연구는 각국 내에서 종교에 대한 적대적 행위의 정도를 비교 분석한 것으로, 해외에서도 강제개종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는 2018년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센터 연구자들이 주목했을까. 본지는 해외 학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인 ‘2018년 구지인 사건’과 ‘강제개종’에 대해 살펴본다.

2018년 강제개종을 당하다 목숨을 잃은 구지인 사건은 국내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이후 해외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후 미국 시민들은 뉴욕타임즈에 강제개종 철폐를 촉구하는 광고를 냈고, 학자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왼쪽).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 관련해 보도한 185개 매체 중 일부 리스트. ⓒ천지일보 2020.12.10
2018년 강제개종을 당하다 목숨을 잃은 구지인 사건은 국내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 이후 해외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후 미국 시민들은 뉴욕타임즈에 강제개종 철폐를 촉구하는 광고를 냈고, 학자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왼쪽).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 관련해 보도한 185개 매체 중 일부 리스트. ⓒ천지일보 2020.12.10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발간한 ‘종교와 관련된 사회적 적대관계의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종교 관련 사회적 적대감이 크게 상승한 두 국가 중 하나다. 퓨리서치는 그 근거로 한국에서 한 부부가 딸을 기독교로 강제 개종시키려다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제개종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소개했다. 사망한 딸은 신천지 신도였던 구지인씨로 국제사회가 신천지 신도의 강제개종 피살 사건에 주목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구지인 사건은 국내에서는 ‘가정사’ ‘종교문제’ 등을 이유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나 구지인씨가 한국개신교의 기득권 교단들이 배척하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의 신도라는 이유로 사장됐다. 반면 신천지예수교회 신도들의 적극적인 규탄시위와 메시지는 해외에서 오히려 더 주목을 받게 됐다. 이번 호에서는 국제사회가 한국의 강제개종을 주목한 정황을 되짚는다.

국제사회가 주목하게 된 계기인 ‘2018 구지인 사건’은 세계에 한국의 강제개종에 대한 현실을 알린 계기가 됐다.

사건을 요약하면 고(故) 구지인씨는 지난 2016년 7월 가족에 의해 44일간 전남 장성군 천주교 모 수도원에 감금돼 개종을 강요 받았고, 이듬해인 2017년 6월 청와대 신문고에 강제개종 피해사실을 알리며 강제개종 목사 처벌과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호소했다. 같은 해 12월 29일 전남 화순군 모 펜션에서 또 한 차례 감금돼 개종을 강요받다가 30일 가족들의 폭행에 의해 호흡곤란으로 전남대병원에 후송됐으나 2018년 1월 9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제개종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지만, 피해자의 신상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글이 돌연 삭제됐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종교와 관련된 사회적 적대관계의 변화'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의 강제개종 상황이 언급됐다. 해당 내용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0.12.10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종교와 관련된 사회적 적대관계의 변화'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의 강제개종 상황이 언급됐다. 해당 내용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0.12.10

◆국내에선 십수만명 규탄 시위에도 ‘외면’

구지인 사망 사실이 알려진 것은 같은 달부터 강제개종피해자인권연대(강피연)와 신천지예수교회 신도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는 전국적인 강제개종 규탄시위를 벌이면서다. 6대 광역시 등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일어난 시위는 십수만여명이 동시에 나와 강제개종의 부당함을 알리는 등 대규모로 진행됐다. 해외에서도 동참했다. 2월 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는 1000여명이 참여해 구지인씨를 추모하는 시위를 진행했고, 같은 달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는 100명이 넘는 인권단체 회원들이 강제개종 규탄시위를 벌였다.

즉각 해외 매체들이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국내 언론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과는 상반됐다. 2월 19일 美 3대 방송 NBC, CBS(Columbia Broadcasting System), ABC를 비롯한 221개 미국 언론이 “대한민국, 올림픽 중 대규모 인권운동(South Korea: The Olympic Games Amid Large-Scale Human Rights Protests)”이라는 제목으로 고(故) 구지인씨 강제개종 사망 사건과 이를 계기로 한국과 해외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인권운동을 보도했다.

지난 2018년 1월 28일 '강제 개종 목사 처벌 촉구 궐기대회'에 참석한 3만 5000여명의 시민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의 주최로 열린 궐기대회는 최근 전남도 화순의 한 펜션에서 감금된 채 개종을 강요당하던 고(故) 구지인(27)씨가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강제 개종 교육은 개신교 주류 교단의 목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강제 개종은 개인의 종교를 납치, 감금, 폭행 등 불법행위를 통해 억지로 바꾸려는 것을 말한다. 이 시위는 전국적으로 약 12만명이 참여했다. ⓒ천지일보DB
지난 2018년 1월 28일 '강제 개종 목사 처벌 촉구 궐기대회'에 참석한 3만 5000여명의 시민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의 주최로 열린 궐기대회는 최근 전남도 화순의 한 펜션에서 감금된 채 개종을 강요당하던 고(故) 구지인(27)씨가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강제 개종 교육은 개신교 주류 교단의 목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강제 개종은 개인의 종교를 납치, 감금, 폭행 등 불법행위를 통해 억지로 바꾸려는 것을 말한다. 이 시위는 전국적으로 약 12만명이 참여했다. ⓒ천지일보DB

美언론은 “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변화를 요구할 때마다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면서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대규모 강제개종금지법 촉구 시위를 언급했다.

美언론은 “1987년 120만명의 한국 노동자가 민주화와 노조를 위해 투쟁했고, 2016년 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수백만명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면서 “촛불을 든 장소에서 지난달 또한번 대규모 시위 물결이 일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민들이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라고 청원하고 있다”면서 “지난 1월 28일 강제개종금지법 청원 시위에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12만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국내에서도 기독교, 불교, 유교 등 6대 종단의 대표가 300여명의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초대총회 정요셉 총회장 등 종교 지도자들은 시위 2주 뒤인 3월 14일 ‘종교차별 근절을 위한 DPCW를 기반으로 한 국제법제정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2018년 1월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을 거부하다 부모에의해 질식사를 당한 구지인씨를 추모하며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DB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2018년 1월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을 거부하다 부모에의해 질식사를 당한 구지인씨를 추모하며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DB

◆뉴욕타임즈 광고로 해외 언론 주목

이후 해외 언론들이 다시 한 번 주목한 것은 미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모금을 거쳐 미국 뉴욕타임즈에 ‘강제개종 금지’ 광고를 실었기 때문이다. 이는 구씨 사망 1주기를 맞아 시민들이 관련 사건을 재조명한 광고로 ABC(American Broadcasting Co.)6, CBS(colombia broadcasting syetem)8, FOX(Fox News Channel)34 등 해외 매체 185곳이 광고내용을 기사화했다.

뉴욕타임즈 지면광고임에도 매체들이 이 같은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단순 상품광고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 달린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매체들은 천지일보에 실린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기사를 인용해 구지인씨 사망사건을 알렸다. 특히 ABC6은 강제개종 희생자가 된 구지인씨 사건을 조명하며 한국에서는 이 부당한 사건을 감추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성금이 모여 광고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 2018.12.8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 2018.12.8

CBS8도 구지인 씨 사망 이후 전 세계 15개국 23개 도시에서 강제개종 근절 캠페인과 결의대회가 잇따라 열렸으며 해외 33개국 언론이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FOX34는 “다행히도 국제 언론계가 함께 뭉친 결과 강제개종으로 인한 인권 침해에 대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1월 호주와 필리핀 종교지도자들이 강제개종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호주 현지 한 목회자는 UN 인권이사회에 발송할 서신이라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호주 시드니에서는 ‘차별 없는 종교세상, 하나 되는 종교지도자’를 주제로 종교연합사무실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시크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카오다이교 등 7개 종교지도자 30명과 청중 등 약 370명이 참석했다. 호주와 파키스탄에서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다고 밝힌 왕립멜번공과대학 신학과 넬슨 페르바지 목사는 UN 인권이사회에 발송할 예정이라며 서신을 낭독하기도 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지난 2019년 7월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인권‧시민‧학술 단체들도 ‘관심’

7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강제개종 근절’ 성명이 발표됐다. 이는 2007년에 이어 2018년, 강제개종 과정에서 두 번째 사망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하자 결국 해외 주요 NGO(비정부기구)가 나서 유엔에서 이러한 성명서를 발표한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 ‘양심의 자유 협의회(CAP-LC)’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1차 유엔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RC) 회의에 참석해 신천지예수교회 신도에 대한 강제개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공식 발표했다.

같은 달 미국 워싱턴 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 석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강제개종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사례발표가 진행됐다.

약 100개국 정부와 500개의 NGO·종교 단체 등이 참가해 진행된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샘 브라운백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 등이 참석했다. 회의 일정 중 ‘국제종교자유원탁회의(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Roundtables)’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에서 신흥종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강제 개종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표됐다.

이날 모임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내 소위 이단 상담 목사들이 신흥종교 신도의 가족들과 납치를 모의하고 감금, 폭행 등을 통해 강압적으로 개종을 시도하고 있으나 경찰과 법원이 방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15개 주요 국제 NGO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을 공개하고 “한국은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강제 개종 근절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지난 2019년 7월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이처럼 강제개종에 대한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종교학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4개월 후인 11월 종교‧인권 분야 해외 석학들이 방한해 기득권 종교계가 신종교를 경계해 편협과 차별을 보이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강제개종’에 대해 철폐를 촉구했다.

신종교연구센터(CESNUR) 국경없는인권(HRWF)은 ‘신종교운동에 대한 편협과 차별: 국제적 문제(학술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신종교에 대해 기득권 종교계가 행했던 반이단운동에서 세뇌 문제까지 각종 논란과 결말을 살피고 향후 대응 방향도 제시됐다.

특히 이탈리아 사회학자인 신종교연구센터 설립자 마시모 인트로빈녜 대표는 신종교 중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박해를 심하게 당하는 신천지예수교회의 창립에서 현 상황까지를 짚으며 ‘강제개종’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마시모 대표는 이미 강제개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와 관련해 UN에 강제개종 철폐를 촉구하는 인권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관심을 쏟는 가운데 퓨리서치센터 연구 보고서 내용은 대한민국 헌법으로 명시된 종교의 자유에 대한 국내 구성원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