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00억 비자금 지시·관여 단서 포착
담 회장 부부 소환조사 방법 검토

(서울=연합뉴스) 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는 담철곤 그룹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을 지난 14일 압수수색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담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그룹 사장이 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모 씨(구속기소)와 온미디어 전 대표 김모 씨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조성된 자금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주말 약 3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담 회장의 자택에 보관돼 있던 회사 관련 서류와 보고자료,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담 회장이 핵심 측근을 통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사후 보고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담 회장의 핵심 측근들이 지주회사인 ㈜오리온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에 비자금 조성 액수를 할당하고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했으며, 정기적으로 비자금 관리 상황을 확인한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계열사에 지시해 실행에 옮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조 사장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조씨는 2006~2007년 포장재를 납품하는 위장계열사 I사의 중국 현지법인 자회사 3곳을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법인자금 200만 달러를 빼돌리고, I사 임원에게 급여·퇴직금 등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38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또 고급빌라 `마크힐스' 부지 등 부동산 허위·이중 매매를 통해 비자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총액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이처럼 비자금 조성을 총괄 지휘하거나, 평소 그룹과 빈번히 미술품 거래를 해온 서미갤러리 계좌 등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담 회장의 지시나 결재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통상 검찰은 수사 대상자의 소환·체포에 앞서 압수수색을 하거나 여타 피의자를 수사해 중요한 증거를 확보한 뒤 핵심 당사자를 부르거나 체포해 최종 진술을 받아내는 수순을 밟는다.

따라서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후반께 담철곤 회장이나 이화경 사장을 소환해 그룹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묵인했는지 여부와 비자금의 용처와 사용 규모 등을 캐물을 전망이다.

검찰은 담 회장과 이 사장을 모두 소환해 조사할지, 두 사람이 부부인 만큼 한 명만 불러 조사할지 등 구체적인 소환 조사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재계 60위권인 오리온그룹은 2001년 모기업인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돼 오리온 제과, 스포츠복권 토토, 영화배급사 쇼박스 등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6천775억원에 영업이익 607억원을 올렸다.

담 회장은 고(故) 이양구 창업자의 둘째 사위로 2001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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