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가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천주교·개신교·원불교·불교로 구성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종교계 100인’이 시국선언문을 낸 것을 시작으로 7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윤석열 비난성명을 냈고 8일에는 개신교인 3800여명이 윤석열 해임을 촉구했다.

5공화국 시절 진보 개신교단체가 5공 출범에 반발하자 5공 주도로 생겨난 것이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이라는 것은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권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으로 성장한 한기총은 한 때 1200만 회원을 자랑하며 정권 거수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마다 무조건 찬성해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온 국민이 여당의 무리한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염증을 내는 마당에 약속이나 한 듯 연이은 종교계의 ‘윤석열 해임촉구’는 정권이 주도한 냄새가 너무 진하게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7일 윤석열 비난성명을 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관계자와 윤 총장 담당 부장검사가 지난 1일에 대검에서 미리 만난 장면이 확인됐다. 정황상 검찰과 사제단이 윤 총장 비난성명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 8일엔 일부 목사를 주축으로 한 개신교인 380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 총장 사퇴를 촉구했다. ‘정교분리’를 헌법에 명시한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정치사안에 종교인들이 의견을 표명하고 친정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윤 총장 해임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최근 ‘월성원전1호기 경제성 조작’ 등 여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사가 관련돼 있다. 여러 정황상 다급해진 여권이 종교계 친문부대를 동원해 성명발표를 부추기고 있는 냄새가 난다.

종교인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에 추락한지 오래다. 과거에는 종교지도자의 허울에 속았지만 이젠 종교인들이 일반인보다 더 썩었다는 게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또 정치 성향만큼은 특정종단을 쫓지 않고 개인신념을 따르는 게 일반적인만큼 이들이 해당 종교계를 대변할 수도 없다. 종교인을 앞세운들 국민은 과거처럼 우매하지 않다. 나아가 ‘정교분리’ 원칙을 무너뜨리며 정권 거수기 역할을 하는 부패한 종교인들의 모습도 이제 좀 사라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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