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권달웅(1944 -  )

호박꽃이 흔들린다. 호박꽃 속에 벌이 날아들었다. 벌은 꿀을 따면서 꽃술을 뱅뱅 돌고 쉴 새 없이 다리털에 노란 꽃가루를 묻힌다. 호박꽃과 벌은 평생 고락을 같이 하는 부부 같다. 호박꽃은 수만 번 꽃을 드나드는 벌에게 한 줌 가량의 꿀을 준다. 비바람이 지나가고 벌집에 한 줌 가량의 꿀이 차오를 때 호박꽃엔 둥그런 호박이 열린다. 호박꽃이 흔들린다. 벌들이 잇달아 날아들었다. 미색 없어도 호박꽃은 만삭의 여자처럼 환하게 웃는다.

 

 

 

누가 호박꽃을 못생김에 비유했는가. 알 수가 없다. 다만 요염하지 않을 뿐, 호박꽃은 소담스러우며 또 넉넉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다. 벌들이 잉잉거리며 꽃 속을 들락거릴라 치며, 노란 꽃과 벌과 화사한 햇살이 서로 어우러지는, 그 늦봄의 풍경. 무엇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시다. 이 눈부신, 호박꽃과 벌이 어우러지는 광경을 시인은 ‘평생 고락을 같이 하는 부부’에 비유하고 있다.
벌들은 노란 꽃가루를 묻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주고, 꽃들은 벌들에게 한 줌 달디 단 꿀을 주는, 꽃가루와 꿀의 부부. 생각만 해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드는 부부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둥그런 호박을 매달고 만삭의 여인처럼 환하게 웃고 있음에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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