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투자로 3억 손실에 좌절..옵션 만기일 노려 범행

(서울=연합뉴스)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 사제폭탄 폭발 사건은 선물투자 실패에 좌절한 한 40대 남성이 주가폭락을 유발해 이득을 얻으려고 저지른 계획적 범죄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사건의 주범 김모(43)씨를 전날 붙잡아 조사한 결과 김씨가 2010년 7월 출소 후 3억300만원을 빌려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실패, 심한 빚 독촉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선배로부터 5천만원을 빌려 선물옵션에 투자하고서 풋옵션 만기일인 12일을 범행일로 잡았으며 "공공시설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나면 주가가 내려가 큰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에 앞서 지난달 인터넷에서 `사제폭발물 제조법' 등 검색어를 입력해 나온 게시물을 보고 폭발물 제조업을 배웠으며 지난해 알게 된 공범 이모(36)씨에게 폭죽 8통과 타이머, 배터리 등 21만원어치를 구입토록 했다.

이씨는 김씨가 평소 친구한테서 고급 승용차를 빌려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부유층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신에게 사업자금 1억원을 빌려주겠다고 해 폭발물 재료를 구입해줬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씨한테서 재료를 건네받은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4시께 천호대교 밑 한강공원 주차장에 렌터카를 세우고 차량 안에서 재료를 조립, 폭발물 2개를 만들어 당일 오전 10시50분과 11시50분에 폭발하도록 설정했다.

이어 김씨는 같은 날 오전 5시30분께 과거 교도소 복역 동기로부터 소개받은 박모(51)씨에게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를 전해주고서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1개씩 넣어주면 3천만원을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범 이씨는 "김씨에게 사다 준 재료가 폭발물 제조에 사용될지는 몰랐으며 약속한 3천만원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박씨도 "가방에 든 내용물을 연막탄의 일종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께 호송차를 타고 서울청에 도착한 김씨는 취재진이 범행 동기를 묻자 "죄송합니다"는 말만 여러 차례 되풀이하다 "살고 싶지 않았다. 빚 독촉을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청과 남대문-서초경찰서 합동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과 교통카드 사용 내역, 목격자 진술, 현장에서 발견된 폭발물 자료 잔해의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수사를 전개했다.

그러던 중 범행에 사용된 국산 타이머를 지난 4일께 35~40세 남성이 경기도에 있는 제조회사를 직접 찾아 구입한 사실에 주목, 통신수사 등을 편 끝에 이씨와 김씨, 박씨의 인적사항을 특정하고 전날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은 "사건 동기는 반(反)사회적 이상성격자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거나 특정 정치적 목적을 띤 테러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 범죄로 판단된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동기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주범 김씨에 대해서는 폭발물 사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이씨와 박씨는 불구속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