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갯벌을 자랑하는 무안군의 겨울철 별미 감태. 초록색 융단처럼 보이는 ‘감태’가 갯벌을 뒤덮고 있다.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20.12.6
황토갯벌을 자랑하는 무안군의 겨울철 별미 감태. 초록색 융단처럼 보이는 ‘감태’가 갯벌을 뒤덮고 있다.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20.12.6

무안서만 볼 수 있는 ‘황토갯벌’
쌉싸래한 맛 지닌 무안 ‘감태’
녹차보다 항산화 작용 뛰어나
좋은 뻘 먹고 자란 도리포 숭어
달달한 맛에 비타민도 풍부해

[천지일보 무안=김미정 기자] 갯벌은 검고 보잘것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수많은 생명체를 담고 있어 ‘검은 비단’이라고도 불린다. 바다의 정화작용, 생물체들의 안식처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무안갯벌은 삼면이 바다인 데다 무안군의 땅은 70% 황토로 되어 있어 비가 오면 황토가 갯벌로 흘러 들어간다. 황토갯벌은 무안에서만 볼 수 있다. 이처럼 건강한 갯벌로 인해 감태가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청정 갯벌에서 자란 ‘감태’

감태의 본고장인 무안. 그중에서도 ‘현해탄(현경·해제·탄도만) 감태’는 최고다. 초록색 융단처럼 보이는 ‘감태’가 갯벌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탄도만에서 생산되는 감태는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낸다. 감태는 갈퀴로도 매는데 주민들은 이것을 ‘당글개’라고 부른다. 

‘감태’는 달 감(甘), 이끼 태(苔)라는 말로 ‘달콤한 물풀이’란 뜻이다.

감태의 기록은 조선 시대 자산어보(정약전)에 ‘매생이를 닮았으나 다소 거칠고 길이는 수자 정도이며 맛은 달다.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고 기록돼 있다. 도문대작(허균)에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전라도의 무안·함평산이 극히 좋고 단맛이 엿과 같다’고 했으며,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여지도서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남아 있다.

‘감태’라는 호칭은 미역과의 여러해살이 해조류인 ‘가시파래(Enteromorpha prolifera)’를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내만 또는 민물의 유입으로 영양이 풍부하고 오염원이 없는 강어귀 등지에서 서식하며 주로 바위 위나 죽은 나뭇가지 위 또는 다른 해조류에 붙어 자란다.

매생이 파래와 비슷하지만, 굵기가 매생이보다 굵고 파래보다는 가늘다. 찬바람이 거센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주로 채취하며 겨울철 별미로 인기다. 

감태는 양식이 어려워 자연산에 의존하고 있다. 익혀 먹기보다 생으로 무쳐 밑반찬으로 많이 요리하며 잼, 스프, 과자의 첨가물로도 사용된다.

무안군 주민들이 감태를 매고 있는 모습.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20.12.6
무안군 주민들이 감태를 매고 있는 모습.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20.12.6

◆감태로도 김치를… ‘감태지’

감태는 쌉싸래한 맛을 지니고 있다. 여러 가지 효능이 있는데 플로로탄닌의 성분이 중추신경의 흥분을 억제해 진정작용과 더불어 숙면할 수 있게 해 불면증 해소에 좋다. 녹차보다 항산화 작용이 4~5배 뛰어나 노화 방지와 피부미용에 좋으며 섬유질도 풍부해 변비 해소에 좋다. 비타민A·C, 무기염류, 요오드 성분이 많아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을 촉진하고 혈류 세포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피를 맑게 해주고 고혈압에도 좋다.

시놀 성분을 많이 함유해 항암효과에도 좋으며 칼슘이 우유의 6배, 김의 2배가 많아 골다공증, 치아 건강에도 효과적이다. 체내의 쌓여있는 니코틴을 해독시키고 중화시키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전남에서는 감태로 겨우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감태지(감태김치)가 으뜸이다. 감태를 송송 썬 풋고추에 멸치액젓을 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생강으로 버무린 후 소금물을 넣고 2~3일 정도 익힌 후 색이 노랗게 변할 때 먹는다. 감태지를 일상으로 밥상에 올리는 곳이 무안이다. 무안읍, 지도읍, 망운, 해제, 현경, 심지어 바닷가가 아닌 곳에서도 감태지가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무안의 갯벌이 좋고 깨끗하다는 증거다.

또 감태를 말려 ‘감태김’으로도 먹으며, 전으로 부친 ‘감태전’, 건조·분말로 가공해 다양한 음식 위에 뿌려 풍미를 더 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평소 몸이 찬 사람은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다 섭취 시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피부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하루 30g 섭취가 적당하다.

무안군 관계자는 “지난해 감태 생산량이 31어가에서 11만 5620㎏을 생산해 2018년(42어가, 23만 2700㎏)보다 생산량과 소득액이 50.3% 정도 감소했다”며 “올해도 긴 장마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진 않다. 감태는 청정 갯벌에서만 자라 갯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말했다.

겨울철 진미 무안군 자연 숭어회.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20.12.6
겨울철 진미 무안군 자연 숭어회. (제공: 무안군) ⓒ천지일보 2020.12.6

◆무안군 또 다른 별미 ‘숭어’

숭어는 가을철부터 맛이 들기 시작하는데 가을에는 고소하고 겨울에는 달달하고 봄에는 담백하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숭어를 먹으면 위가 편하고 오장을 다스린다고 할 정도로 몸에 좋으며 특히 천혜의 갯벌에 서식하는 무안산 자연 숭어회는 겨울철 진미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은 모치(1년 된 한 뼘 크기)가 자라 숭어가 되려면 5년 이상 되어야 한다고 전한다. 

해제면 송계마을 주민들은 도리포 숭어가 맛있는 이유를 “좋은 뻘을 먹기 때문”이라고 자랑한다. 실제 숭어는 뻘과 함께 뻘 위에 퇴적된 규조류와 각종 유기물을 먹고 산다. 이 때문에 숭어의 입은 윗입술이 두툼하고 아랫입술은 삽처럼 생겼다. 뻘을 함께 먹기 때문에 위벽은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해 닭의 모래주머니처럼 두껍게 팽창해 있다. 이에 숭어의 위를 주판알, 절구통 등으로 부르는데 해제면 일대에서는 ‘돔배기’라고 부른다. ‘돔배기’에서 뻘을 빼내고 소금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살이 오른 숭어에는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숭어 껍질에는 세포 재생에 관여하는 나이아신이 들어있다. 철분도 많이 들어있으며 혈관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있어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숭어의 알로 만든 ‘어란’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음식으로 염장-건조-압축-재건조 등의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며 생산량이 적고 귀해 주로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가(大家) 집에서 술안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무안군 해양수산과 박호길 팀장은 “무안군은 청정자연과 맑은 공기를 느끼며 힐링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천혜의 자원인 갯벌에서 나오는 먹거리도 유명하다”며 “감태, 숭어, 낙지 등의 지역 별미로 쌀쌀해지는 겨울 건강한 먹거리와 함께 건강도 챙기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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