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 협회장
지난 4월 22일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국민의 의지가 한데 모여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산된 새마을운동이제창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전국적으로 기념식이 있었고 글로벌운동으로서 새 기치를 세우고 출발을 다짐하는 행사들이 열렸다.

새마을운동과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합창운동이다. 우리 합창사에서 최고의 전성기였기 때문이다. 근면․자조․협동의 기치를 내걸고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로 시작된 로고송은 계몽시대와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냈다. 역동의 세월동안 근대화를 이끈 주역들에겐 잊지 못한 향수의 노래가 아닐까 싶다.

사실 노래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없다. 그 힘은 실로 가공 할만한 것이어서 어떤 경우 핵폭탄보다 더 강할 수 있다. 시간과 국경을 초월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합창을 가장 잘 활용한 정치가는 히틀러다. 분열된 독일의 국민 정서를 통합하는 데 합창운동은 확실한 밑바탕이 됐다. 그래서 독일사람 세 사람이 모이면 합창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솔로 기질이 강한 특질이어서 앙상블엔 약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합창 강국으로서의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 음식, 술, 다음엔 노래가 아닐까 싶다.
때문에 말로만 화합을 강조하기보다 생활에서 몸에 익히려면 합창이 제격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충분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속도를 냈기에 자유는 있지만 책임과 의무는 간과됐다. 남의 말을 듣는 훈련이 안 돼 있다면 합창이 묘약이다.

지난 7일 합창총연합회 임원들과 합창의 사회화를 위한 토론이 있었다. 오는 8월 26일부터 3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제10차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 대회를 앞두고 합창의 참여를 생각하는 자리였다.

그 하나가 ‘에이즈월드합창단(AIDS WORLD CHORUS)’이란 이름으로 KTX 10개 역사와 서울지하철 역에서 이벤트를 하자는 제안이다. 합창계 사람들은 에이즈 합창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성공으로 원조 받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국가로서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역대 개최국을 보면 에이즈 대회에는 그 나라의 대통령 혹은 수상, 총리․정치인․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비중이 높다.

이제 과거 산업 개발시대의 지하 문화도 지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어두컴컴한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혼자 부르는 것도 좋지만 쾌적한 장소에서 합창하는 문화로 바뀐다면 국민 건강도 품성도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는가.

총, 칼로도 지배할 수 없는 정신문화 영토를 모차르트의 가냘픈 선율이 온 세계를 지배하듯 합창을 잘 활용한다면 위력은 대단할 것이다. 뉴 새마을운동과 함께 합창의 르네상스 시대가 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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