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활짝 웃는 가운데 뒤쪽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액자가 눈길을 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이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활짝 웃는 가운데 뒤쪽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액자가 눈길을 끈다. (출처: 연합뉴스)

외신 “北, 국내외 제약사 해킹”

국내업체들 “피해는 일단 없어”

北의 해킹 목적 확인되지 않아

북한, 거리두기 최고 단계 격상

최근 5천명 검사… 확진자 0명

전문가 “북한, 백신 확보 절박해”

“백신 개발 어려워… 해킹 시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외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물론 관련 업계와 정보당국에선 북한의 해킹 시도가 새삼스러울 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입장이지만, 지난 8월 이후로 이런 시도가 빈번해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여전히 없다’면서도 북한이 백신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외신 “北, 국내 제약사도 해킹”

외신들은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이 한국과 미국, 영국 제약회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해킹을 시도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윌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로이터 통신은 이 가운데 제넥신과 셀트리온 등 한국 제약업체 최소 3~4곳도 해킹 시도를 당했다고 전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업체이며, 신풍제약·보령제약과 셀트리온은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외신들은 이들 제약사 공격을 주도한 곳으로 ‘킴수키’란 해커 그룹을 지목했는데, 미국 정부가 일찍이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로 보고 있는 곳이다. 킴수키는 지난 2012년부터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안보 정보를 주로 해킹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적인 제약사들을 겨냥해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관측된다.

“제약사들의 해킹 공격에 과거 북한 해커들이 미 국무부와 한국의 통일부를 공격할 때 사용됐던 것과 같은 IP주소 등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외신은 덧붙였다.

해킹 방식은 악성 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보내거나, 가짜 홈페이지를 만들어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내는 것이었는데 북한의 해킹 시도가 성공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국내 업체들도 외신에 “(북한의) 해킹 시도는 있었지만, 아직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국가정보원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국내 제약회사도 국내 코로나 백신 관련해서 해킹을 시도했지만 우리가 잘 막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북한의 해킹 공격이 제약사의 백신과 치료제 정보를 빼내기 위한 것인지, 돈을 요구하기 위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8월 미국 정부가 북한 해킹에 대한 경보를 발령하자,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던 것과는 달리 북한은 이번 제약사 해킹 보도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AP/뉴시스] 2020년 11월 영국 옥스퍼드대 제공 사진으로 대학 제너연구소에서 한 연구자가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개발한 코로나 19 백신을 들고 있다. 2020. 11. 27. (출처: 뉴시스)
[AP/뉴시스] 2020년 11월 영국 옥스퍼드대 제공 사진으로 대학 제너연구소에서 한 연구자가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개발한 코로나 19 백신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北, 코로나19 방역 ‘초특급’ 격상

한편으로 ‘북한은 확진자가 여전히 없다’면서도 최근 북한 관영매체 보도들을 보면 코로나19 방역을 ‘초특급’으로 격상하는 등 초비상 상태다.

북한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앞서 2일 “초특급 비상방역조치들을 복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부 상점이나 음식점, 목욕탕 등의 영업이 중지되고 이동에도 제한이 걸렸고, 대부분 업무도 비대면 화상회의로 전환했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재유행과 함께 북한 내 검사 건수와 의심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지난달 25일까지 총 1만 6914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5천명 가량이 최근 한 달 새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일련의 행위는 코로나19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해킹 시도 등 백신 확보에 전방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놨다.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다는 것인데, 방역 강화나 해킹 시도는 그만큼 코로나19 차단 등 백신 확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절박함이 묻어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지난 7월 백신을 자체 개발 중이라고 밝혔지만, 제약 개발을 위한 기반 시설이 열악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해킹 시도의 이유라는 시각도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4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현재 경제 여건이 최악인데도 방역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양상이다. 코로나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 북한 사정이 더욱 나빠졌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북한의 해킹 시도는 코로나 백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보고자 하는 북한의 절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의 그간 행태를 보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뭔들 못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코로나 백신 개발에 대해 큰소리는 쳤는데, 자국 내 현실은 받쳐주지 못하니 해킹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수입을 하기에는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취한 선택적 방법이라고 봐진다.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평양 시민들이 3일 평양 려명거리를 걷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 비상 방역 강화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출처: 평양=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평양 시민들이 3일 평양 려명거리를 걷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 비상 방역 강화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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