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이튿날인 2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이튿날인 2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법원·감찰위서 ‘2연패’

나란히 절차 문제 지적

징계 불복 소송 예상 속

정당성 시비 없애려 신중

문대통령 “정당·공정 중요”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절차’에 한번 데인 법무부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기 시작했다.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오는 4일에서 10일로 연기했다.

윤 총장이 징계에 대해서도 소송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절차적 공정’을 강조하는 등 더 이상 절차적인 문제로 제동이 걸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동된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하며 하락세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무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 심의와 관련해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이고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해 오는 10일로 심의기일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징계위에서 충실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26

앞서 법무부는 애초 지난 2일 예정됐던 징계위를 이날로 바꾼 바 있다. 당시 당연직 징계위원으로 참여했어야 할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징계위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 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단 이틀 차이였지만 정부는 그사이 문 대통령 재가로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는 등 변수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변수는 또 있었다. 윤 총장 측이 4일 예정된 징계위가 위법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지난 2일 “법무부로부터 기일 변경 통지서를 받았는데, 이는 절차 규정 위반”이라며 “징계위는 재판과 같이 적용된다. 법무부 통지가 형사소송법 제269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기일이 다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르는데, 해당 법 26조에는 기일의 지정과 변경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한다. 형사소송법 269조에선 첫 번째 공판기일은 소환장의 송달 후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규정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해석이 갈린다. 이 변호사는 기일이 지정됐다 변경된 경우에도 해당 조항에 따라 5일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대를 마친 후 국무회의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대를 마친 후 국무회의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반면 법무부는 애초 첫 기일로 지정됐던 2일을 통지하면서 5일 전에 알렸기에 유예기간이 충족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다시 윤 총장 측은 전날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과 박일환 전 대법관이 저술한 ‘주석 형사소송법’을 인용해 “변론준비를 위해 유예기간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첫 기일이 개시되기 전에 미리 기일이 변경된 경우엔 새로운 기일에도 유예기간이 적용된다”고 반박했다.

다시 절차가 시빗거리가 되는 건 법무부로선 좋은 그림이 아니다.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에서 ‘2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는 ‘법무부 감찰 및 징계 절차’를 안건으로 회의를 열고 “윤 총장에게 징계 사유를 알리지 않고, 소명 기회 또한 주지 않은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윤 총장에게 내린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수사의뢰가 부적절하다고 의결했다.

또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정지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집행으로 인해 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돌아온 윤석열(서울=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돌아온 윤석열(서울=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특히 뼈아픈 것은 법원과 감찰위가 나란히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결국 절차 시비가 계속될 경우 징계위에서 해임이나 면직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소송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청와대와 법무부가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은 시점에서 향후 관련 재판에서 패배가 이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정당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요소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전날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며 “신임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징계위에 절차적 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30일~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 평가)을 조사한 결과, 전주 대비 6.4%p 내린 37.4%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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