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교토 이치몬지야와스케(이치와)의 유일한 메뉴인 구운 콩떡. (출처: 유튜버 Jennifer Julien 영상 캡처)
1020년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교토 이치몬지야와스케(이치와)의 유일한 메뉴인 구운 콩떡. (출처: 유튜버 Jennifer Julien 영상 캡처)

NYT 대유행 버티는 日 노포 조명

1020년 이어온 교토 모찌 가게

“이윤 이상의 높은 목적 필요”

日 기업 현금 축적 경향 있어

부채 수준·은행 금리도 낮아

“코로나보다 고령화가 더 문제”

[천지일보=이솜 기자] 서기 1천년 역병으로부터 살아남기를 기원하려고 일본 전역에서 금각사에 오는 이들에게 다과를 제공하면서 시작한 모찌 가게가 있다.

천여년이 지난 후 새로운 역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를 황폐화 시켰지만 25대 주인인 나오미 하세가와(60)는 자신과 가게의 재정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 교토의 모찌 가게 이치몬지야 와스케(이치와)는 숱한 전쟁과 병마, 재해, 나라의 흥망성쇠를 이기고 1020년째 이어온 일본의 대표적 노포다.

코로나19로 세계 많은 기업들이 무너진 가운데 특유의 장인 정신을 내세운 일본의 많은 노포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조명했다.

경제 교과서를 보면 기업은 이익 극대화, 규모 확대, 시장점유율, 성장률을 높이도록 돼 있다. 그러나 마쓰오카 겐지 교토 류코쿠대 경영학 교수는 이들의 기업 운영 원칙은 전혀 다르다고 전한다. 그는 “그들의 최우선 과제는 계속 이어가는 것”이라며 “각 세대는 이어달리기의 선수와 같다. 바톤을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노포(しにせ)’로 알려진 장인 기업의 초강대국이다. 최소 100년의 역사를 가진 가게가 3만 3천개 이상이며 이는 세계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3100개 이상의 가게가 적어도 2세기 이상 유지해왔다. 약 140개의 가게는 500년 이상 이어왔으며 최소 19개의 가게는 1000년 이상 운영해왔다고 주장한다.

하세가와는 이치와가 1천년을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윤만 추구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좀 더 높은 목적을 가져야했는데, 이치와의 경우 그것은 신사의 순례자들을 섬기는 종교적인 소명이었다. 이치와는 이를 가훈으로 삼고 사업의 결정을 이끌어왔다.

이 가게는 최근 우버이츠로부터 온라인 배송을 제안 받는 등 많은 확장 기회를 거절했다. 모찌만이 오직 이 가게의 유일한 메뉴이며 마실 것을 원하면 녹차를 제공한다.

이치와의 25대 주인 나오미 하세가와가 떡을 굽고 있다. (출처: 유튜버 Jennifer Julien 영상 캡처)
이치와의 25대 주인 나오미 하세가와가 떡을 굽고 있다. (출처: 유튜버 Jennifer Julien 영상 캡처)

하세가와 가문의 여자들은 같은 방법으로 모찌를 만들었다. 가게 지하실에서 쌀을 물에 삶아 반죽으로 찧은 다음 나무 꼬챙이에 공 모양으로 만든 떡을 끼우는 순서다. 이후 숯불로 떡을 구워 캐러멜라이징 처리를 한 후 달콤한 백된장 소스를 입히면 끝이다.

이치와는 현대에 몇 가지 양보를 했다. 지역 보건부가 우물물 사용을 금지하면서 기계를 이용해 쌀을 찧게 됐으며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떡 한 판에 고정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세월을 견딘 일본 기업들은 과거 위기로 생긴 위험을 경계하며 많은 현금을 축척해왔다. 이는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흔한 특징으로, 일본이 대유행 기간 미국의 높은 파산율을 피한 이유 중 하나다. 골드만삭스의 오타 토모히로 애널리스트는 일본 기업들이 “이익을 좀 남겼다고 해도 자본 지출을 늘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기업은 경기침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급여를 계속 발행하고 다른 금융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상당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 소규모 기업들도 부채 수준이 낮고 평균 1~2개월의 운영비를 부담할 수 있는 여건을 준비하고 있다고 오타는 덧붙였다. 특히 소규모의 기업들은 자신의 시설을 소유한 경우도 있고 가족 구성원을 채용해 급여 비용을 낮추면서 현금을 비축할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의 금리는 수십년 동안 저조해 지원이 필요할 때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업 관련 서적을 여러권 쓴 고토 도시오 일본경제대학원 교수는 올 여름 최소 100년이 넘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분의 1 이상이 2년 이상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다고 응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래된 기업들이 ‘냉동’ 상태라는 뜻은 아니다. 이들 중 많은 기업들이 17세기에 시작했는데 당시 일본은 외부 세계로부터 크게 단절돼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제공했다. 이제 이들은 전통을 보존하는 것과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생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위해 그들의 핵심 사업의 발전을 도모했다. 1560년 철제 주전자를 만들기 시작한 소재업체 NBK는 현재 첨단 기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교토에 있는 332년 된 기모노 제조업체인 호수는 섬유 사업을 가정용 가구와 심지어 전자제품까지 확장했다.

그러나 전통 그 자체를 파는 가게에게는 이 조차 쉽진 않다. 885년부터 교토에서 불교용 종교 용품을 만들고 있는 다나카 이가의 사장 다나카 마사이치는 “종교적인 전통에 있어서는 혁신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는“대유행 상황이 자신에게 힘들긴 했지만 그와 다른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일본 사회의 고령화와 취향의 변화’”라고 말했다.

1020년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교토 이치몬지야와스케(이치와)의 유일한 메뉴 구운 콩떡. (출처: 유튜버 Jennifer Julien 영상 캡처)
1020년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교토 이치몬지야와스케(이치와)의 유일한 메뉴 구운 콩떡. (출처: 유튜버 Jennifer Julien 영상 캡처)

이치와는 이런 우려와는 큰 관계가 없다. 가족은 많고, 사업은 작으며 모찌를 굽는 데 필요한 유일의 기술은 숯불을 견딜 수 있는 내성뿐이다. 그러나 하세가와는 가게 역사로 압박감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는 “이 사업이 생계를 크게 돕지는 못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족 모두가 ‘우리 중 한 명이 살아있는 한 계속 해야한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계속 갑니다. 우리 모두는 가게를 그냥 내버려둘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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