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故 김수환 추기경·법정스님·이태석 신부

천주교·불교 지도자 이미지 ↑ vs 개신교 지도자 이미지 ↓

[천지일보=최유라, 손선국 기자] 예로부터 스승은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할 만큼 존경과 덕망의 대상이었다. 경전의 가르침을 전하는 종교지도자 역시 스승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종교지도자는 존경과 덕망의 대상일까?

최근 천주교와 불교 지도자를 다룬 영화가 관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만큼 불교와 천주교 지도자는 사회적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개신교 지도자는 최근 권력지향․물질세속 등 부정적 측면이 많이 부각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각 종교 경전에서 말하는 ‘참 스승’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승의 날을 맞아 각 종교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올바른 ‘스승의 상’을 조명해 본다.

◆화합 실천한 종교지도자
그동안 종교 관련 문화상품은 신자들만 소비하는 전유물로 인식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종교지도자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종교와 사회 간에 막힌 벽을 허물고 문화적으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이들에 관한 영화다.

자신을 ‘바보’로 칭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던 고 김수환 추기경, 아프리카 수단에서 헌신적인 희생으로 봉사하다 병환으로 숨진 고 이태석 신부, 살아생전부터 이생을 떠나는 순간까지 ‘무소유’를 외친 고 법정스님 등.

이들은 모두 자기보다 남을 더 사랑하고 희생하며 나눔의 정신을 베풀고 떠난 위인들이다. 최근 이들의 생애를 기리는 다큐멘터리가 제작, 상영되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16일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그의 선종 2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바보야>가 지난달 21일에 개봉됐다. 그는 교파를 초월하는 사랑을 가르쳤고, 평생 소외된 이들의 벗이 돼줬기에 가톨릭 신자들은 이러한 그의 모습을 통해 신앙의 귀감을 얻고 있다.

지난해 3월 11일에 입적한 법정스님. 무소유를 외치며 나눔·소통·자비의 삶 속에서 살다간 그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법정스님의 의자>가 지난 12일 개봉했다.

특히 고 김수환 추기경과 고 법정스님은 교파를 초월한 친분을 자랑했다. 이에 지난달 19일 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에서는 <바보야>를 상영, 이에 대한 답례로 천주교는 <법정스님의 의자> 시사회를 명동성당에서 열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이 밖에 천주교의 고 이태석 신부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월 14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둔 이태석 신부의 눈물겨운 스토리도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극장 상영 후 관객 30만 명을 돌파해 국내 종교 다큐멘터리 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바 있다.

최근 종교인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나오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이찬수 목사는 “이들은 종파를 떠나 사람들과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몸소 실천했던 사람들이다. 또 많은 사람들의 내면에는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이를 진정한 지도자의 롤 모델로 삼길 원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신뢰 잃은 개신교 지도자
올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개신교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돈’과 ‘교권’에 눈이 멀어 금권선거라는 부도덕성을 드러냈다. 한국교회 지도자의 불법선거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사실이 드러나자 개신교 이미지는 상당히 크게 실추됐다.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길자연 목사는 대표회장 인준과정에 하자가 있어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를 받았고, 대신 평신도 변호사가 직무대행자로 선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교회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함을 드러낸 사건이며 사회법정 앞에 제재를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기총은 해체·탈퇴운동이 번지고 있고 20여 년 동안 개신교 대표로 자리매김한 한기총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대형교회 관련 목회자들의 비리도 상당수 수면 위로 드러났다. 소망교회에서 목사와 부목사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같은 교회에서 또 다른 부목사가 신도 돈 10억여 원을 횡령해 구속됐다. 또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는 교인을 성추행해 목회를 사임했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가족 및 친척들이 교회를 사유화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목회자 비리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개신교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종교 신뢰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개신교를 신뢰하는 사람은 17.6%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에 19.1%였던 것에 비하면 더 낮아진 수치다. 이는 국내 5명 중 1명만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뜻으로, 가톨릭이 43.3%, 불교가 33.6%인 것에 비하면 개신교에 대한 신뢰는 현저히 떨어진다.

김희준 열린교회 목사는 “최근에 발생한 일부 지도자 문제를 전체 목회자의 문제로 확대해서 바라보는 시각은 잘못됐다”면서 논란이 된 목회자들이 올바르지 못한 신앙을 하는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개신교계는 세상에서 존경과 추앙을 받아야 할 종교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 시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2000년 전 성경에서 말하는 참 스승과 거짓스승의 모습을 살펴보고 경전에서 말하는 ‘참 스승’의 모습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예수 vs 서기관․바리새인
신약 성경에서는 두 부류의 스승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님께 직접 계시를 받아 하나님의 말씀만을 가르친 참 스승 ‘예수’와 하나님의 목자라는 이름으로 사람의 말과 판단으로 가르친 거짓스승 ‘서기관․바리새인’이다.

예수의 제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인 진리를 전하는 예수를 가리켜 ‘선생(랍비)’이라 칭하였다(요 1:38). 또 다른 한 부류는 서기관․바리새인이었다.

그런데 예수가 그들에게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하나이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마 23:7~8)”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예수는 성경대로 천국 가는 길과 방법을 가르쳤으나 따르는 자가 적었다. 또한 예수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말뿐이 아닌 행함으로 본을 보였다.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스스로 낮아져 제자들의 발을 씻기고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로서 몸소 섬김과 사랑을 실천했다.

반면 서기관․바리새인은 돈을 좋아하고(눅 16:14) 하나님보다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외식하는 신앙을 하며 외모로 사람을 판단했다(요 8:24). 또 자기 교리와 다르다며 함부로 ‘귀신 들렸다’거나 ‘이단’이라고 정죄를 일삼았다(눅 7:33, 행24:5).

예수는 그들에게 “너희가 성경도 하나님의 능력도 알지 못하는고로 오해하였도다(마 22:29)”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사람의 유전과 계명으로 하나님의 말씀인 양 가르쳤다. 당시 서기관․바리새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많았으니 그 신앙의 결과는 알 만한 것이었다.

오늘날 예수의 가르침을 좇아야 할 개신교 지도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돈과 명예를 좋아하며 성경이 아닌 사람의 판단을 기준으로 이단 정죄를 운운하는 ‘한기총’은 서기관․바리새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종교지도자가 말하는 ‘참 스승’
종교(宗敎)가 ‘으뜸가는 가르침’이라면 종교를 가르치는 지도자 또한 모든 면에서 으뜸이어야 한다. 종교지도자들은 ‘참 스승’은 형식에 치우치면 안 되고 본질에 충실해 많은 사람을 옳은 길로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담소(대한불교조계종 봉선사 석굴암) 스님은 “불가에서의 스승은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해 주는 사람’이다. 내가 빛을 볼 수 있고 참 된 길을 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가르침의 목적은 경전의 내용(형식)보다 부처님의 마음(본질)을 깨달아 실천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종교연합 박남수 상임대표는 “가장 행복한 사람은 훌륭한 스승을 모신 사람이고 행복한 시대는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사는 시대”라며 “올바른 종교지도자는 세상 욕심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않고 참 된 가르침과 실천으로 몸소 본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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