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훈련병 한 명이 훈련 기간 중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검 결과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대한 이 훈련병은 뇌수막염을 앓던 상태였다.

그런데도 군은 타이레놀 2정만을 처방했을 정도로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허술한 의료체계가 또 한 명의 젊은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훈련병 노모 씨는 지난달 22일 육군훈련소에서 20km 야간행군을 마치고 다음 날 새벽 부대에 복귀하자 고열증세를 보였다. 훈련소 측은 노 씨의 고열이 계속되자 그날 오후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에 이어 외부병원으로 환자를 후송조치했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다. 훈련병은 다음날 오전 끝내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훈련소 측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노 씨가 고열을 보일 당시 곧바로 병원에 후송됐다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조사 결과 훈련소 측의 진료과정도 문제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 씨가 의무실로 불려왔을 당시 군의관은 이미 퇴근한 뒤였고 일병 계급인 의무병이 진료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무병은 고열 증세를 보인 노 씨에게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 2정만을 처방한 뒤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당직 군의관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다.

더 안타까운 것은 노 씨가 행군 훈련 시 환자로 분류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몸에 이상이 있는 훈련병은 훈련에서 제외시키고 있다고 훈련소 측은 해명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행군 도중 노 씨가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37.9도의 고열인데도 군의관이 그를 진료도 하지 않았다. 또 노 씨의 동기들에 따르면 “분위기상 무조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군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실한 의료체계와 해이해진 근무 기강이 문제라고 본다. 군의 허술한 의료체계와 경직된 구조로 인한 사고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육군훈련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 훈련병도 평소 중이염을 호소했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병을 꾀병으로 보는 시선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복지의 핵심 중 하나는 의료다. 아플 때 믿고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군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군은 이번 사건을 적당히 덮으려 하지 말고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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