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 하나 있다. ‘북한의 소행이다’라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는 일이 일어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흔히 등장하는 어휘가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도 ‘북한의 소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며칠 전 유행처럼 번지는 이 말이 방송을 통해 또 한 번 대한민국 전역에 퍼졌다. 지난 13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본부 서석구(변호사) 대표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로 구성된 자유북한군인연합의 증언에 따르면 그 당시 광주에 약 600명의 북한 특수부대가 침투했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어 서 대표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들의 이와 같은 증언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김대중 정부 탓으로 돌렸다.
서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에 대한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반대하는 것의 일환이다.

서 대표가 속한 단체를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반대를 위해 ‘반대 청원서’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정부가 왜 역사 교과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 알 것 같다며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역사와 자국 문화유산의 중요성과 찬란함을 안다면 절대로 역사 앞에 티끌만한 거짓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역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국민들이 설령 반대한다 해도 먼저 나서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외규장각 도서도 그렇고 일본 궁내청이 보관 중인 조선왕실의궤의 경우만 봐도 정부의 역사의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론 정부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겠지만 국내로 다시 들여오게 된 데에는 민간단체의 역할이 중요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영구대여’나 ‘반환’과 같은 이름이 아닌 당연히 되돌려 받는 것을 받는다는 의미의 ‘환수’나 다른 이름이 됐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왜곡한다면 누가 우리의 역사를 지킬 수 있겠는가. 우리의 역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과거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현재도 더 나은 미래도 없음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며 우리 모두가 역사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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