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훈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이사장 인터뷰

▲ 서영훈 이사장이 조선민족청년단과 대한적십자사와의 인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아침 해와 저녁놀 밤하늘 빛난 별, 망망한 바다와 늘 푸른 봉우리….’ 내년이면 90세가 되는 한 신앙인의 입에서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을 찬탄하는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개신교인이면서도 한국의 민족종교를 사랑하는 신앙인, 밤마다 “사람들이 지구촌을 잘 보호하고 아끼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신앙인, 그가 바로 서영훈(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이사장이다.

스스로를 생명평화주의자라고 일컫는 서 이사장을 만나 그의 인생역경과 신앙이야기를 들어봤다.

◆평양형무소 기적 체험… 神 인정
서 이사장은 1923년 평안남도 덕천에서 태어났으며 그가 23세 되던 해에 우리나라가 해방이 됐다. 그는 우리나라의 식민지 역사와 6.25 등 고난의 역사를 몸소 겪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20년대 초, 우리나라 최초로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앞장섰으며 당시 신문을 구독하며 세상 돌아가는 형편과 세계정세를 비교적 정확하게 꿰뚫어봤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었다.

서 이사장은 보통학교(지금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두 달 전에 자퇴를 했다. 할아버지는 서 이사장을 묘향산 금강방장(암자)에 보냈다. 서 이사장은 암자에서 <전쟁과 평화> <죄와 벌> <부활> <레미제라블> 등 세계문학전집을 탐독하고 평화주의자가 됐다.

서 이사장(당시 17세)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 절 근처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두 청년을 만난 것이다. 이들은 서 이사장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했다. 그중 홍여경(당시 23세)은 상해에 임시정부가 있고 이승만 박사라는 분이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한다는 등 서 이사장이 모르는 세상 이야기를 해줬다.

서 이사장은 19세 되던 해 일본 경찰에 잡혀 열 달간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졌다. 당시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이광수의 <흙>을 고모부에게 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고모부는 책을 친구에게 빌려줬고 친구는 또 책을 기생에게 빌려줬다. 그 책이 일본 경찰의 눈에 띄게 돼 서 이사장은 경찰에 체포됐다.

서 이사장에게는 죄가 부풀려져서 ‘치안유지법’과 ‘국가보안법’이 적용됐으며 일본 경찰은 서 이사장을 경찰서 유치장 독방에 가둬놓고 고문과 문초를 거듭했다. 서 이사장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일본 경찰이 의심했기 때문이다.

▲서영훈 이사장이 "사람들이 지구촌을 잘 보호하고 아끼게 해 달라고 밤마다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0개월이 지나자 그는 평양형무소 미결수 감방으로 넘겨졌다. 서 이사장은 거기서 기적적인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평양형무소에 온 지 한 일주일 지나 감방에 있는데 공중에 큰 북이 보이고 그 북소리와 함께 음성이 들렸다. ‘네가 오늘 밤 8시에 석방된다’라는 소리였다. 나는 그날 저녁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고 말했다. 큰 이적을 체험한 것이다.

17세에 묘향산에서 홍여경에게 전도 받고, 형무소 감방에서 기적 체험을 하게 된 서 이사장은 “이런 큰 곤경에서 구해주신 영적인 존재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며 지난날의 감동을 전했다.

부장급에서 적십자사 총재까지
해방 후인 1946년 서 이사장은 광복군 참모장을 지낸 이범석 장군이 결성한 ‘조선민족청년단(족청)’의 1기 훈련생으로 1개월간 훈련을 받는다. 훈련 성적이 좋았던 서 이사장은 ‘족청’ 중앙훈련소 교무처 간부로 채용돼 훈련생들의 신상과 인물 평가 자료를 정리하며 강사를 초빙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서 이사장은 족청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이희호(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여사도 그때 만났다. 족청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1948년 해체됐다.

서 이사장과 대한적십자사의 인연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청소년적십자 부장을 시작으로 대한적십자사에서 근무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그때 만난 인연이다. 서 이사장은 1980년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을 끝으로 정들었던 대한적십자를 떠났다.

그 후 20여 년이 흐른 2001년, 서 이사장은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취임했으며 2003년 12월 총재직을 이임했다. 부장급으로 시작해 적십자사 총재가 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최근 서 이사장은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이사장, 생명평화연대 의장, 세계선린회 이사장으로서 좋은 세상 만드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 "개신교가 초심으로 돌아가 예수가 지금 세상에 오면 '무엇을 금하라'고 하며 '뭉엇을 하라'고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다"고 서 이사장은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개신교계, 초심으로 돌아가라”
현재 개신교는 몸살을 앓고 있다.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금권선거로 논란이 됐다. 이런 문제가 왜 생기는 것일까 그 이유를 원로장로인 서 이사장에게 물었다.

그는 “교회가 대형화되고 조직화 되다보니 목사들이 권위를 내세우고 명예를 얻으려 한다”며 “명예를 얻으려 하니 돈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신교가 초심으로 돌아가 예수가 지금 세상에 오면 “무엇을 금하라”고 하며 “무엇을 하라”고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서 이사장은 말했다.

신학이 갈라지면서 개신교 간에 파가 생겼으며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교단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서 이사장은 “사람의 지식으로 진보와 보수가 나눠지는데 개신교에 진보와 보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예수는 ‘하나가 되라’고 가르쳤다며 서로 사랑하고 품어주는 개신교인이 되길 그는 바랐다.

교회가 커지면 문제가 많아진다는 서 이사장은 “대형교회는 일반 평신도가 목사와 직접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다. 당회장인 목사가 일반 신도의 사정을 알 수 없게 된다”며 이는 당회가 목사와 일반 성도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막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 이사장은 나와 다른 종교라고 해서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 되며, 개신교 내에서 성경 해석이 다르다고 상대를 이단으로 몰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서 이사장은 “3.1운동 때는 개신교ㆍ불교ㆍ천도교가 하나 돼 비폭력 민중ㆍ민족 운동을 펼쳤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것”이라며 “욕심 없고 남을 미워하지 않으며 나쁜 짓 하지 않으면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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