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금융기관 봐주기 악순환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에 소비자는 뒷전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부산저축은행 사태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금융당국의 감독부실로 현행 감독체계에 대한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13일 저축은행 분야 검사인력의 96%를 대거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원 쇄신방안’을 발표하며 “뼈를 깎는 자세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감독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언급한 만큼 조직개편과 직원 인사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자세로 업무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9일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 다음 달까지 금융감독 기능의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에 표출된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문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평가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 혁신안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차제에 금융감독기관이 피감독기관과 유착관계를 끊고 금융소비자보호 등 감독 본래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 임무 방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상동 연구센터장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비롯한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 원인은 감독기관이 금융기관의 편의를 봐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의 임무는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이중 건전성 감독은 금융기관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목적이 있다.

이상동 센터장은 “이 같은 건전성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 임무 사이에서 근본적인 이해충돌이 발생해 금감원이 원래 하고 있는 임무 중의 한 가지인 소비자 보호 임무를 아예 안 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과다한 대출, 과도한 광고, 각종 불완전상품 판매 등을 감시감독하지 않는 이유도 수익성을 높여주는 것 역시 금감원의 임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착관계의 고리가 되는 낙하산 인사를 막는다 해도 몇 년 지나면 본래대로 돌아갈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의 업무 특성상 금융기관에서 일한 사람이 와서 일하고, 감사업무를 해 봤던 사람이 금융기관 감사직으로 옮기는 게 전문성 측면에서 너무 타당하다는 논리다. 이 센터장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은 계속 방치돼 왔다”고 말했다.

◆“금감원 감독권 분산해야”

금융감독체계 혁신의 일환으로 11년 이상 금융감독원이 독점했던 조사 권한을 한국은행 등 타 기관에 나눠줄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조사권이 없다. 다만 필요 시 금감원에 공동 조사를 요청하지만, 금감원이 이마저도 거부할 경우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08년 한은의 단독조사권을 인정한 한은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금감원을 관장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등의 반대로 현재 결론을 못 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독원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감독시스템에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금감원으로 감독권을 집중시킨 이유는 감독강화를 위한 것이었지만 한쪽에서만 감독을 하다 보면 종합적인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며 “미시적․거시적으로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동 센터장은 한국은행에 감독권을 분산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센터장은 “금감원의 힘을 분산시키자는 게 아니라 금감원은 미시적 건전성 감독하는 반면 한은은 거시적 건전성을 감독한다. 개별 금융기관은 수익이 높지만 전체적으로는 안 좋을 수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또한 영국․캐나다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소비자보호 감독권을 집중시키는 게 추세라며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감독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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