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필자는 정치인으로부터 ‘왜 정치인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간혹 받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컨설턴트로 살아온 세월도 있거니와 아는 정치인도 상당수 되기 때문에 의례적으로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권세란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니 안 한다”고 잘라 말한다. 차라리 “부자는 망해도 최소한 3대는 간다”는 말을 인용해 정치에 뜻이 없음을 직간접적으로 전한다.
정치권력이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김영삼 대통령을 만든 주류세력인 민주계는 지금 역사 속에 묻힌 지 오래다. 김대중 대통령을 옹립한 동교동계 역시 정권 후반기에 세 결집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후 대부분 야인(野人)으로 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주역 역시 몇몇 인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힘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정치권력 구도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집권세력이 새로운 대통령을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진하려면 말이다.

며칠 전 이재오 특임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허 참 그게 아닌데…’하고 웃어 넘겨라”고 적었다. 이 한마디 말속에 이 장관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하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이 장관은 ‘현 정권을 세운 주류가 이렇게 흩어질 수 있느냐’며 허탈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는 상태”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한 의원은 “아무리 배신과 변절이 판치는 게 정치라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황우여 의원을 지원한 일부 친이계 의원들에게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권세란 정말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초기에 왕의 남자로 불렸던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말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공천학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장관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 보였다. 18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이 장관에게 잘 보여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떠돌았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특혜를 받아 공천을 받은 이들이 있다면 이 장관의 등 뒤에 칼을 꽂은 형국이니 이 장관의 입에서 ‘배신’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당시 공천을 앞두고 필자가 사는 지역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돌았으니 말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서 소장․쇄신파가 중심이 된 신주류 주도로 황우여 의원을 원내대표로 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황우여냐 정의화냐 주도권 싸움을 놓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대 총선 공천을 앞둔 현 시점에서 밀리면 죽는다는 절실한 심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에 쇄신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한나라당 쇄신의 이유 4. 27 재보궐선거 참패에 있으며 그 원인의 중심이 ‘이명박 정부의 심판론’ 때문이라면 말이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 심판론 때문에 민심이 한나라당을 떠났고, 그 결과 4.2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 했으며, 그 대응방안으로서 한나라당의 고질적 문제를 쇄신하는 것이라면 신주류의 상당수는 이번 쇄신을 마지막으로 정치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책임론에 대해 대통령과 현 지도부만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주류 상당수에 친이계 인사가 포함되어 있다. 개중에는 이 장관과 가까웠던 인사도 보이니 이쯤 되면 정치권에 신의(信義) 자체가 실종되었고 배신(背信)이 난무한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지금의 한나라당 쇄신의 대상은 현 정부와 안상수 대표 체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류 전체의 책임이며 무한책임(無限責任)을 거론할 때다. 더구나 주류에서 신주류로 넘어온 사람이라면 그 책임이 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과 이재오계의 몰락이라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권세란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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