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11월 30일 양측 협상단간 화상협의를 개최하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외교부 제공) ⓒ천지일보 2020.12.2
한미는 11월 30일 양측 협상단간 화상협의를 개최하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외교부 제공) ⓒ천지일보 2020.12.2

외교부 “한미, 조속한 합의 위해 협력”

“협상 아냐… 진전보다는 모멘텀 유지 차원”

전문가 “바이든 정부서 합리적 수준 타결될 것”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위한 화상 협의를 진행했다.

양측이 ‘협상’ 대신 ‘협의’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한미대표단이 협의를 공식화하며 협상 재개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간 난항을 겪었던 방위비 문제가 남은 임기 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바이든 신행정부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한미, 화상 회의로 협상 현황 점검

1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협상단이 지난달 30일 화상 협의를 열고, 양측 간 방위비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공평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조속히 도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화상 회의에는 양측 협상 대표 이외에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국방부 관계자,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경비 가운데 올해 한국이 부담할 금액, 이른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시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00% 수준의 인상안을 고집하면서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

올해 3월 7차 협상에선 방위비 분담금 13% 인상안에 실무진이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다.

8월에는 미국 측이 협상 대표까지 교체했다. 그러나 우리 측 대표와 상견례 성격의 전화 통화 이후 실질적 협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개 행사를 하고 있다.

◆트럼프 임기 내 진전 쉽지 않을 듯

한미 양국이 공식적인 협의를 한 것은 미측의 새 대표 선임과 대선 이후 처음인데, 내년 1월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후 차질 없는 협상을 위해 지금쯤은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외교부 당국자도 “미국 행정부 교체기에, 협상단이 전체적으로 참여해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 하에 이번 협의가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서 진전이 있었다기보다는 기존의 협의를 확인하고 앞으로 잘 해 나가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의 발언 맥락과 이날 협의에서 차기 협상 일정 등을 확정하지 않은 걸 보면,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협상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대로 서둘러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우리 정부 간 입장차가 워낙 컸기 때문에 다음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면서 “12월에 접어들며 임기가 50일 가량 남은 상황이고 일본과 독일 방위비 문제도 연이어 있는 만큼 당장 여기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맹중시’ 바이든, 조속한 타결 기대감

이번에 양국이 대외적으로 발표할 정도의 공식적인 협의를 한 것을 두고 바이든 당선인의 ‘동맹중시’ 노선이 반영된 흐름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 관계 회복을 공언한 만큼 차기 행정부에서는 방위비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빠르면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1월 말 직후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문 센터장은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동맹국을 갈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합리적 수준에서 협상이 조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면서 “여러 얘기들은 나오고 있지만, 바이든은 그간 강조해왔던 것처럼 동맹 복원에 초점을 두고 경제적 이익 보다는 가치를 공유하는 등 미국의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도 ‘공평하고 상호 수용 가능하다’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조기에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 협상에 새로운 협상 대표를 선임할지 여부 등 구체적인 협상 전략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바이든 “미국 외교 정책과 국가안보 다시 구성할 것”[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팀 지명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들을 가리켜
[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팀 지명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들을 가리켜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팀"이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 미국의 외교 정책과 국가안보를 다시 구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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