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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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우울증을 뜻하는 블루(blue)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우리나라 말로 순화해 정식 명칭은 코로나 우울증이다.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코로나 우울증이 수년간 지속할 수 있다’라는 휴스턴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의 발표는 심각한 문제다. 성인들의 코로나 우울증보다 더 위험한 세대가 바로 청소년이다.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 불안감, 반항심, 분노조절 장애 등은 성인이 되더라도 큰 위험요소로 자리 잡고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어 이른바 코로나19 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심리치료 방안에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학교나 공공시설의 폐쇄로 외로움을 느끼는 청소년이 증가했는데, 어린 시절에 외로움을 느끼면 성인이 되어 우울증이 걸릴 확률이 3배 정도 증가한다. 청소년은 외로움의 강도보다 지속 기간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라고 한다. 1년간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하면서 친구와 어울리지 못해 느끼는 외로움 탓에 코로나 우울증이 증가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쁜 일들을 금세 잊게 되는데, 그런 기회가 없다 보니 게임, 유튜브에 빠져 지내는 아이가 많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할수록 우울증이 심해지는 청소년이 증가한다. 이런 청소년은 상담이나 검사 등으로 치료 기회를 줘야 병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요즘 시대의 청소년은 예전의 세대에 비해 정신적으로 불행하다. 필자는 먹을 게 없어 가끔 굶던 세대지만 학교만 끝나면 밤늦도록 들로 산으로,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금까지 살며 그 추억을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공부에 몰입했던 시기도 있지만, 스스로 공부를 위한 고립을 택했기에 힘들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지금 청소년의 대부분은 자발적 공부가 아닌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 의해 강요된 공부에 내몰려 힘들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인생에서 정서적 자양분이 될만한 어린 시절 추억마저 없이 유치원부터 시작해 12년 이상을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하니 아이들이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집콕만 하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어나며 스마트폰 중독 청소년도 증가했다. 이는 시력 저하나 체력 저하, 음란물 구독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청소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축적된 체력은 평생의 건강을 유지하는 기초체력이 되는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니 단체로 하는 운동 대신 스마트폰에만 매달린다. 운동 시간이 부족하니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해 신경질, 불안증, 우울증이 증가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의 절대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꺼!”라고 다그치기보다는 가족 간의 유대감을 느끼는 캠핑, 야외운동, 외식 등의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고, 체력을 보충하게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체력부족을 건전한 방식으로 이겨내게 하려면 부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부모와의 유대감, 정서적 행복감이 코로나19시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좌우한다.

우울증보다 더 심각한 학생 확진자도 늘어나고 있다. 확진자는 마치 낙인을 찍듯이 학교나 친구들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다. 철없는 아이들이 친구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도록 부모들이 “확진자가 되고 싶어 된 아이가 아니니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라”라고 가르쳐야 한다. 언젠가 나도 확진자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친구를 위로하는 성숙함을 갖게 해야 한다. 물론 확진자 학생 부모는 끝없는 사랑으로 감싸줘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학교와 학원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공부, 학벌 만능주의 사회로 인한 대학진학 스트레스 등으로 폭발 직전의 청소년 분노가 코로나19로 더 커졌다.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폭력, 절도, 무면허 운전, 강도 등 범죄 유혹에 쉽게 빠진다. 특히 부모의 사랑이나 양육 태도가 잘못된 아이일수록 충동적인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우울증, 청소년 분노, 확진자의 아픔 등 모두 가족 간 사랑으로 이겨내는 게 최선이다.

자식은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마루타가 아니다. 아이가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면 아이가 행복한 일을 찾게 하고 있는지 부모를 먼저 돌아보고, ‘너 인성 문제 있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키우려면 아이가 행복한 길을 걷도록 도와줘야 한다. 집에서 술 취한 아빠 모습, 스마트폰만 보는 엄마 모습만 보고 자란 아이가 인성이 문제없이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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