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풍속은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30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풍속은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30

 

동지, 태양의 부활이라 해 작은설로

동지(冬至)도 애동지․중동지․노동지

애동지엔 팥떡, 노동지엔 팥죽으로

동짓날 얼음 언 모양으로 농사 점쳐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비구비 펴리라’

조선 최고의 명기(名妓)이자 서경덕, 박연 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 중 하나인 황진이가 지은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이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달의 밤 한 허리를 베어내서 봄바람을 품고 있는 이불 아래 넣었다가 그리운 임이 오신 날 밤에 ‘구비구비’ 펴겠다는 발상이 참시하면서도 아름답다. 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가득 묻어나는 시조다.

황진이는 당시 벽계수(碧溪水)라 불리던 왕족 이종숙을 사랑했지만 이뤄질 수 없었고, 그에 대한 연모의 정을 이 시조를 통해 드러낸 것이다.

사랑하는 임을 만나 오랫동안 함께하고픈 마음을 밤이 가장 긴 동짓달의 ‘밤’ 한 허리를 잘라내는 것으로 표현하다니 참으로 낭만적이다. 시조에서도 보이지만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을 동지(冬至)라고 한다.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30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30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보통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이며, 올해는 12월 21일이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부른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태양력으로 세시풍속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불렀는데, 이는 태양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동지에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해 동지를 설로 삼았다고 한다. ‘역경(易經)’에도 복괘(復卦)에 해당하는 11월을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을 일 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이 또한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충선왕(원년 1309) 이전까지는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짐작된다.

 

동지가 되면 민간에서는 연못의 수면이 얼어붙는 모양을 보고 이듬해 농사의 풍작과 흉작 등을 점쳤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30
동지가 되면 민간에서는 연못의 수면이 얼어붙는 모양을 보고 이듬해 농사의 풍작과 흉작 등을 점쳤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30

동지가 되면 민간에서는 연못의 수면이 얼어붙는 모양을 보고 이듬해 농사의 풍작과 흉작 등을 점쳤다고 한다. 동짓날이 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연못의 수면이 얼어붙어 그 모양이 쟁기로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용갈이(용경, 龍耕)’라고 부른다.

‘동국세시기’ 11월 월내조에 따르면 충청도 홍주 합덕지에 매년 겨울이 되면 얼음의 모양이 용이 땅을 간 것 같이 되는 이상한 변이 있는데, 이때 남쪽에서 북쪽으로 언덕 가까운 쪽으로 세로로 갈아나간 자취가 있으면 이듬해 풍년이 들고,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북판을 횡단해 갈아나간 모양이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혹 갈아나간 흔적이 동서남북 아무 데로나 종횡으로 가지런하지 않으면 평년작이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경남 밀양 남지에서도 전해진다.

또한 민간에서는 동짓날 ‘동지부적(冬至符籍)’이라 해 뱀 ‘사(蛇)’자를 써서 거꾸로 붙여 잡귀를 막는 속신(俗信)이 있다. 동짓날 대표적인 풍속 중 하나는 단연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이다. 이날 팥죽을 쑤어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한다는 속신이 있다. 이외에도 동짓날 날씨가 온화하면 이듬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고,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겼다고 한다.

 

동지라고 해도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먹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30
동지라고 해도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먹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1.30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풍속은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붉은 팥은 옛날부터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 모든 잡귀를 쫓는 데 사용돼 왔다. 이는 팥죽을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冬至告祀)를 지내고, 각 방과 장독, 헛간 같은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 풍습으로 이어졌는데,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의 뜻이고 집안 곳곳에 놓는 것은 축귀의 뜻이어서 이로써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지라고 해도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먹었는데, 이는 애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삼신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해 아이들이 병에 잘 걸리고 나쁜 일이 생긴다는 속설 때문이다. 노동지에는 팥죽을, 중동지에는 팥떡이나 팥죽 중 하나를 해서 먹었다.

올해는 동지가 음력으로 11월 7일에 있어 애동지가 된다. 민간의 풍속대로라면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먹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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