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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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장관이 헌정 사상 초유로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청와대가 침묵으로 일관한 것을 보면 모두 뒤에서 합의한 것 같다. 국무총리도 며칠 전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70%가 경질을 요구하는 추미애 법무장관을 ‘일 잘하는 장관’이라고 치켜세웠다.

우선 총리에게 추 장관이 어떤 일을 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능력 있는 검찰들을 하루아침에 와해시키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고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을 잘했다고 하는 것인가.

검찰총장을 그만두게 할 목적으로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흘리며 공격하고 비난했던 것을 칭찬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친 법무장관의 감찰이 앞으로 직권남용으로 법의 심판을 받을 지도 모른다. 전국의 고검검사장, 중간 검사, 평검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차기 대선 포석을 깔고 있다지만 이런 정도의 배짱을 가지고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 좌파세력에만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많은 이상 대한민국의 장래는 암담하다.

국민들이 바라는 국무총리상을 논해보자. 총리는 대통령 다음가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유고시는 그 직을 대행한다. 옛날에는 ‘일인지하만인지상’이라고 불렸지 않은가. 위로는 임금 하나만 있고 아래로는 만인의 윗자리라는 뜻이다.

시중의 여론은 용기 있는 총리를 원한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해 할 말을 다 하고 불의에 맞설 줄도 알아야 한다. 장관이 국민들의 지탄 대상이면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으며 대권 기회도 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는 고언을 서슴지 않는 강단이 있어야 한다. 그릇된 생각에는 직간을 해야 하며 국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지혜와 안목이 있어야 진짜 국무총리다.

문제의 추 장관은 자기변명과 오만이 적정선을 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법무부 출입기자 70%가 추 법무장관의 행태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솔직히 국민들의 대다수가 법무장관이 TV에 나오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추 장관이 나오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법무장관을 강 건너 불로 지켜보는 대통령의 지도력에도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여당 수뇌부는 오로지 차기 집권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다. 국민과의 약속인 당규마저 팽개치고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다고 한다. 대선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자신들의 중대한 결격(缺格)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국가적 불행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도산의 도미노 현상에다 실직이 겹치고 있다. 전셋집 문제로 다투던 중년 부부가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가정이 이들뿐이겠는가. 내년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해야 할 정도로 민생은 도탄에 허덕이고 있다.

지금 검찰을 파국으로 몰고 국론을 양분시켜 얻을 이익이 무엇인가. 국민의 의사나 법의 정의는 무시하고 정권 지키기에만 혈안이 된 무모한 횡포라고 생각지 않는가.

검찰총장 직무정지 문제는 앞으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국민들의 생각과 기대에 부응하지 않은 비겁한 짓이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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