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7일 서울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만나 팔꿈치로 인사하고 있다. 왕 위원은 문 특보에게 신냉전과 일방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출처: 뉴시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7일 서울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만나 팔꿈치로 인사하고 있다. 왕 위원은 문 특보에게 신냉전과 일방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출처: 뉴시스)

강경화·문대통령·여권 잇단 면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지지”

시진핑 방한엔 “코로나19가 관건”

미 견제 의도 방한이라는 시각엔

“한중 협력 강화 차원… 견제 아냐”

전문가 “韓과 관계 강화로 美 경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2박 3일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전방위 외교전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무엇보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던 점은 시점상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터라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까였다.

왕이 부장의 주요 발언의 맥락을 살펴볼 수밖에 없는데, 대체로 한국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에 중점을 뒀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그 바탕에는 한미 동맹이 크게 강화되는 흐름에 대한 경계심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전방위 외교…“한반도 주인은 남북”

방한 마지막 날인 이날 왕이 부장은 여권 인사들과 연이어 만남을 가졌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이재정 의원과 조찬을 가진데 이어 곧바로 국회를 찾아 박병석 국회의장을 면담했다.

왕이 부장은 박 의장을 만나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의 손에 주어야 한다. 남북 양측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라며 “중국은 한반도의 중요한 이웃으로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의 발언은 박 의장이 “남북한의 최종 결정 권한은 남북한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는 언급에 호응한 것이다.

앞서 전날 밤에는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만찬을 갖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특히 “지금은 (남북이) 소강 국면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상태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이 전쟁과 파국을 막았다라고 평가했다”고 동석했던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전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지지라는 메시지는 방한 기간 내내 반복됐다.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 측의 협력을 당부했다.

관심을 모았던 시 주석 연내 방한 여부에 대해서도 양국은 의지를 거듭 밝혔다.

왕이 부장은 “국빈 방문 요청에 감사하고,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시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코로나19 대응 협력과 인적·문화 교류 확대,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강 장관은 ‘안정적 관리’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고, 왕이 부장은 “이런 시기일수록 상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공: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2020.11.26.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공: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2020.11.26.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냐”… 그 속내는

왕이 부장의 ‘광폭 행보’를 두고 미국 새 행정부의 대중 견제 전략에 대비해 한국을 관리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미 견제 메시지를 내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한국과 중국 외에 국제, 지역 정세를 고려해야 하지만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도, 중국도 모두 독자적이고 자주적이 나라다.”

‘이번 방한이 미중 갈등 속 미국 견제 차원이 아니냐’는 직접적인 질문에 대한 왕이 부장의 답변인데, 일각에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거나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 말라’는 압박이 담겼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왕이 부장의 발언과 방한 중 꺼내놓은 말의 전체적인 면을 보면 ‘오히려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중 관계를 거론하기를 꺼리는 모양새로 이해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실제 왕이 부장은 “외교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학자처럼 외교를 하면 외교가 안 될 것이다. 물론 학자들은 각종 가능성을 추측해도 좋다”면서 “가장 우선적으로는 중한 관계, 중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방한 기간 내내 한국 측 인사를 만날 때마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지 않았지만, 중한 양국의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 방한했다”는 등의 말을 빼놓지 않고 했다.

이번 방한의 주목적이 미국 견제가 아니라 한중 협력 강화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을 중시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면서 “중국은 전략적으로 양자 간 이익에 기반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등 미국 일변도의 외교에서 벗어나 달라는 메시지를 에둘러 던졌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공개된 발언의 전체적인 줄기는 한중 협력  강화다. 껄끄러운 얘기를 먼저 꺼내들진 않았을 것 같다”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도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미 중국은 한국이 사드 철수를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단지 한국 측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민감한 사안을 언급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왕이 부장의 말처럼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시기에 방문했고, 또한 문 대통령 등 많은 정부 관계자와 인사들을 만나고 갔다”며 “자국의 이익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방한한 상황이다. 반중 감정을 키울 일이 있겠느냐. 그런데도 자꾸 우리 언론이 흠집을 내려고 하는데, 굉장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6.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6.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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