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요모조모] 아시아나항공을 공기업화하자
[세상 요모조모] 아시아나항공을 공기업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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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000억원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주식을 확보하고 3000억원으로 대한항공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EB)를 획득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합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결정을 두고 여러 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독과점 문제와 특혜 문제다. 부실기업에 돈을 쏟아붓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기업의 경영실패 책임을 왜 국가가 떠맡아야 하느냐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두 항공사의 자회사까지 합치면 합병 이후 항공 수요의 62%를 차지하게 된다. 특정 기업이 특정 영역에서 지배력을 50% 이상 확보하게 되면 공정거래법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받기 때문에 문제없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핵심 문제는 항공 산업에서 독과점 체제가 성립하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서비스 질은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시설 개선에 대한 재투자가 소홀히 될 수 있고 노동자 고용 안전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안전사고가 빈발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이 특정 영역을 독점하면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21세기 항공 산업은 기간산업이다. 기간산업을 민간 자본에 맡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기간산업을 민간 기업이 독점하게 하거나 독과점하게 방치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철도나 수도 사업을 민간에 맡길 때 예상되는 문제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코로나 사태로 고통 받는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자고 하면 재정건전성부터 들먹이는 사회가 우리 사회다. 그러나 대기업에게 지원하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에 들어간 정책 자금만 해도 3조 6000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에도 천문학적인 돈이 지원됐다.

지난해 이후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에 1조 9000억원이 투입됐다. 1조 1000억원은 대출금이고 8000억원은 영구채다. 영구채는 원금 납부는 30년 단위로 계속 연장할 수 있고 이자만 3개월마다 내면 되는 채권이다.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돈이고 안 돌려줘도 할 말이 없는 돈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금이 지원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지분을 36.9% 확보할 수 있다. 이번에 지원할 예정인 8000억원까지 아시아나항공 주식 구입에 쓴다면 같은 규모의 지분이 추가된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70% 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국가 소유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경영에 실패한 기존의 경영진을 유지한 상태에서 국가 돈을 추가 투입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땅콩회항에다 각종 갑질의 행태까지 보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남매간에 피 터지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토록 하면서 세금까지 추가 투입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은 세금 내는 봉이냐?”는 항의성 물음에 뭐라고 답할 건가? 세금을 마치 눈먼 돈처럼 생각하거나 자신의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고 벌이는 재벌 퍼주기 아니냐는 물음에는 뭐라고 답할 텐가? 대한항공으로 인수된다는 소식을 들은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고용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말을 흘리기만 하고 노사 간의 협의를 회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측에 묻고 있다. 양사를 통합하면 중복되는 노선과 사업이 많이 생길 게 뻔하다. 그럼에도 고용이 안정될 거라고 말하는 건 눈속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항공사 노동자들이다. 대량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양사 합병 방식은 완전히 배제하는 게 좋다. 노사가 힘과 지혜를 모아 항공사를 회생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노동자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코로나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아시아나항공의 공기업화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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