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1.2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1.25

민주당 “공수처 반드시 출범”

秋‧尹 갈등에 속도 조절할 듯

예산안 통과 이후 가장 유력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4차례의 회의에도 후보 선정에 실패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 4개월 이상을 넘기며 설득했지만 국민의힘은 모두 거부하고 파당 정치, 비토크라시만 보였다”며 “민주당은 법사위를 중심으로 개정안을 추진하고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앞서 추천위는 전날 4차 회의를 열고 후보 압축에 나섰지만,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하지 못했다. 회의에서는 야당 측 추천위원들은 2명의 최종 후보가 검찰 출신들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추천위원의 대다수는 ‘검찰+비검찰’ 조합을 내세우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측 추천위원의) 주장에 일부 동의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과반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며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최종 동의를 못 한다고 해서 회의를 진행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반면 야당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우리의 주장도 있었지만 반대 입장에 있던 쪽에서도 우리가 말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양쪽이 다 비토권을 행사한 결과”라며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추천위가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할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은 야당의 ‘비토(거부)권’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입법 독주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격화라는 변수로 인해 추이를 지켜보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1.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1.26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전날부터 법안심사 1 소위를 단독으로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논의에 들어갔지만, 의결은 하지 않고 산회했다. 소위 회의에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데다 추천위 회의와 동시에 진행됐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법조계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이번 조치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윤 총장에 입장표명의 기회를 준다면 정부‧여당에 유리할 것이 없기에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윤 총장의 국회 출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연일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전체회의 개의 요구서와 출석요구서를 재차 제출하며 압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윤 총장 출석과 경제 3법 등의 처리를 맞바꾸자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정치적으로 잘 타결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법안하고도 주고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간사 간 의사 일정을 잘 협의해달라는 취지의 얘기”라고 설명했지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윤 총장 관련 논란이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일자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당은 30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순서를 바꿔 다음 달 2일 예산안을 우선 처리하고 공수처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하는 순간 야당의 거센 반발로 국회가 파행될 우려로 인해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과반 의석과 전 상임위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정기국회 기간 마음먹은 시기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1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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