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 檢 내부 통신망에 반박글 올려

“미행이나 뒷조사 통해 보고서 작성?… 전혀 사실 아니다”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 등 판사들 “검찰해명 어이없다”

“성향조사? ‘재판부 조종하겠다’는 말… 대법, 尹고발하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재판부 사찰’ 혐의를 적용해 직무정지 명령을 내린 가운데 재판부 사찰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검사는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리며 보고서 작성·배포가 법령상 직무범위 내의 행위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한 반면, 판사들은 “검찰의 해명이 어이가 없다”며 오히려 대법원에 윤 총장을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고서 작성자인 성상욱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비위 근거로 댄 재판부 사찰 혐의에 관해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올해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법무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작성 책임자인 저에게 이 문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면서 “저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봤다면 충분히 설명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라는 중요한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확인도 없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자료를 작성한 의도는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라 주요 사건 공판 검사들이 공소유지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약점을 잡아 악용하려는 게 이른바 ‘사찰’이지 어떤 처분권자에 관한 유의사항을 피처분자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인가”라고 반문했다.

검찰. ⓒ천지일보DB
검찰. ⓒ천지일보DB

그는 작성 경위에 대해 “2월 당시는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재판, 유재수 감찰 무마사건 재판 등 주요 재판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며 “검사라면 누구나 경험했듯이 재판 진행과정이나 선고 방향을 파악(어떤 종류의 사건에서 무죄가 많이 선고되는지)하고 숙지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한다”고 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가 주요사건 재판부의 재판진행방식과 과거 재판내용 등을 정리해서 주요 사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이해했다”며 “그에 따라 주요 사건 재판부 현황에 대한 자료를 작성했고 이를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에 각각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흠잡거나 비난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고, 예컨대 ‘원만하고 합리적인 재판 진행을 한다’는 동료 검사의 평가가 주된 것”이라며 “자료의 수집도 언론 등 공개된 자료와 과거 또는 현재 공소유지에 참여한 공판검사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 작성 방법도 상세히 기술했다. 성 부장검사는 “자료를 작성하는 방법도 법조인대관과 언론기사, 포털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고, 공판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며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를 통해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세평’에 대해선 “‘공판검사의 평가’를 세평이라는 제목으로 붙인 것일 뿐, 해당 판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아니다”라며 “재판 진행 등과 관련해 그 재판부에서 공판을 담당했던 검사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이었다. 개인 취미도 네이버에 올라와 있는 공개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지침에는 ‘수사정보는 범죄수사와 공소유지 등 감찰 업무와 관련해 수집되는 정부’라고 규정돼 있다”면서 “공소유지를 위해 수집되는 정보도 수사정보의 일환이다. 본건 자료 작성 및 배포는 법령상 직무범위 내의 행위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같은날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공소유지 참고자료 명목’으로 판사의 개인정보, 성향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대검 측 해명을 두고 “검찰총장의 해명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법원. ⓒ천지일보DB
법원. ⓒ천지일보DB

그는 “‘(검찰이) 얼마나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란 생각을 했다”며 “이건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대법원에 진상규명도 부탁했다. 장 부장판사는 “대법원 행정처에 부탁한다. 판사 뒷조사 문건이 무슨 내용이고, 어떻게 작성됐는지 확인해달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고발도 해달라”면서 “검찰을 못 믿겠다면 공수처도 좋다”고 요구했다.

이어 “자기가 유리한 재판을 받으려고 하는 이런 시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달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의 김광준 주사도 코트넷에 ‘대법원장과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즉각적인 입장표명을 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의 정보 수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인이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법관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김 주사는 이어 “공판 유지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것이면 누구든지 사찰하고 정보를 수집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특히 자신들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판결을 하는 법관에 대해 사찰을 하는 것은 허용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장과 법관대표회의에도 요구사항을 전했다. 그는 “반드시 스스로 법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면서 “검찰에 대해 사과도 요구하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어떠한 세력과도 맞설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천명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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