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로고. ⓒ천지일보 2019.10.18
이동통신 3사 로고. ⓒ천지일보 2019.10.18

8년 걸린 LTE… 2년 안에 5G 15만국은 “비현실적”

“정부와 협상 중이지만 파격적 변화 기대 어려워”

“보편적 서비스 가격 비쌀수록 부담은 소비자 몫”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정부가 내년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과 관련해 협상 중이다. 지난 17일 공개된 정부의 발표대로 값이 산정되면 이통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이통사·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에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4일 이통사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와의 협상에 대해 정부가 요구한 5G 기지국 구축 수가 ‘비현실적’이라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주파수) 가격이 너무 높다. 정부안이 이대로 확정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협상을 해봐야 하는데 (만약 확정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지국 수를 줄이는 등 현실적인 대안들을 찾아가야 한다”며 “(5G 기지국) 구축이 너무 과도하면 구축비용이 너무 커져 현실성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도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기지국 수’에 대해서는 향후 2년 동안에 각 이통사 당 15만국을 구축하는 게 어렵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측이 확고하기 때문에 정책의 파격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도 했다. 그는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정부 입장이 확고한 건 맞다”며 “공개 설명회 자리를 만든 것도 사실상 정부가 모든 방향을 잡은 다음에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보니 (협상 후) 파격적으로 달라진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17일 정부는 공개 설명회에서 주파수 재할당 산정대가를 4조 4000억원으로 책정하고 통신 3사가 설치한 5G 기지국 수에 따라 차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2022년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마치겠다는 통신사의 계획을 반영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통 3사가 5G 무선기지국을 회사별로 15만국 구축해야 최소 금액인 3조 2000억원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통신 3사가 부담해야 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는 최대 ‘3조 2000억원+α(알파)’까지 오른다. 현재 이통사들의 투자 수준을 고려하면 내후년까지 5G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는 수는 10만국 정도까지가 한계다.

이통사들과 전문가들은 공개 설명회에서부터 이에 대한 부당함을 제기해 왔다. 정부가 발표한 주파수 재할당 산정방식과 조건 모두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15만국이라는 숫자는 8년 동안 꾸준히 LTE에 투자해서 확보한 것인데 5G 15만국을 2022년 말까지 2년 만에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도 “경매대가는 경쟁적 수요에 따라 결정된 주파수의 가치이므로 경쟁적 수요가 없는 재할당에 바로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이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업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책이 결정되는 경우, 부작용이 잇따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가 충분하지 않아 향후 분쟁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가의 산정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부담금 산정원칙(조세법률주의)에 반하거나 재량권의 일탈·남용의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시급하게 결정되는 것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상희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주파수 재할당 산정대가가 커지면 통신비도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며 “현재 5만원, 10만원대의 요금제들이 있는데 주파수 값이 비싸지면 가격이 오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편적인 서비스의 대가를 너무 비싸게 산정하면 부담을 안게 되는 건 소비자들”이라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