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활용 초고강도 전도성 섬유제조기술 개발

(대전=연합뉴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연구성과가 세계적인 저명 학술지에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

KAIST는 생명과학과 고(故) 박모 교수와 화학과 이해신, 신소재공학과 홍순형 교수가 홍합 족사(足絲) 구조를 모방해 탄소나노튜브를 기반으로 개발한 초고강도 전도성 섬유 제조기술이 독일에서 발간되는 재료분야 저명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일자에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고 11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는 1991년 일본의 이지마 스미오(飯島澄男) 교수에 의해 발견된 이후 우수한 전기적, 열적, 기계적 특성 때문에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았으나 길이가 수㎚(나노미터) 수준으로 미세해 산업용으로 응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KAIST 연구팀은 이 같은 난제를 홍합이 물살이 센 바다의 바위 표면 등에 붙어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실 모양의 분비물 족사(足絲) 구조에 착안해 해결했다.

홍합 족사에는 콜라겐 섬유와 Mefp-1 단백질이 가교 구조로 결합돼 있으며 Mefp-1 단백질 속에는 카테콜아민이라는 성분이 있어 콜라겐 섬유끼리 강하게 결합토록 하고 있다.

연구팀은 고강도 탄소나노튜브 섬유가 콜라겐 섬유 역할을, 고분자 구조 접착제가 카테콜아민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해 길이가 길고 가벼우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초경량 초고강도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박 교수와 이 교수는 고분자 구조 접착제 제조를, 홍 교수는 고강도 탄소나노튜브 섬유 제조를 각각 맡았다. 개발 기술과 관련해서는 국내외에 4건의 특허가 출원되거나 등록됐다.

홍순형 교수는 "개발된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기존의 구조용 탄소강에 비해 강도가 3배 이상 향상된 차세대 신소재"라며 "향후 방탄소재, 인공근육소재, 방열소재, 전자파 차폐소재, 스텔스 소재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 새로운 나노융합 소재 산업의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신 교수는 "박 교수가 유명을 달리하기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초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했었다"고 전했다.

한편 박 교수는 생명과학 연구분야의 국내 최고 연구자로 고분자물질을 이용해 암이나 유전자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분야에서 국제적인 명망을 얻어오다 교과부의 감사에서 연구 인건비를 유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지난달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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